경찰 'LH 투기' 수사 승부수…'숨은 투기세력' 잡아야 성공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3.09 07:10

檢이 수사 맡아야 주장 나오자 국수본 직접수사 의지
정부 힘실어주고 수사대상 확대…수사권조정 시금성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취임 후 첫 수사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3.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이어 경기도 시흥시 의원과 포천시 고위 공무원의 투기의혹까지 경찰 칼날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경찰의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가 '직접수사 가능성'까지 시사할 정도로 수사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경찰의 부담이 그만큼 작지 않은 셈이다. "검찰이 투기 수사를 더 잘하는데 경찰이 수사를 맡았다"는 곱지 않은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숨은 투기세력까지 일망타진해야 경찰의 수사역량이 인정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충돌 논란'까지 수사 확대

9일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수사대상에 오른 투기의혹 사건은 총 세 가지다. 먼저 경기남부경찰청이 시민단체의 고발을 근거로 LH직원들의 100억원대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투기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를 4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민변의 주장을 앞세워 고발장을 낸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를 조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시흥시 시의원 A씨와 그의 딸 B씨가 투기한 의혹도 수사한다. A씨와 B씨는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에 투자한 혐의로 7일 고발당했다.

이들 부녀는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2주 전인 2018년 땅을 사들여 건물을 지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매입지는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폐기물처리장 옆 좁은 땅이다.

A씨는 시흥시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환경위원회는 시흥시의회에서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논의한다. A씨의 땅 매입이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당 시흥시의원의 자녀가 지은 것으로 보이는 과림동 소재 한 건물.© 뉴스1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A씨는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으로 시흥시 과림동 소재지 토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접하고 자신의 자녀인 B씨에게 대출받아 과림동 토지를 매수하게 한 후 추가 대출금으로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공공주택 특별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준모는 경기도 포천시 공무원 C씨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C씨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영끌' 대출해 철도역 건설 예정지 800여평을 사들였다는 게 사문모의 고발 이유다. 매입비용 40억 중 34억원은 담보·신용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준모는 "공무원인 C씨와 배우자가 34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채무 대출이자를 매달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개발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매수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고발당한 이들에게 적용된 '공공주택 특별법'과 '부패방지법'은 임직원의 부당한 거래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공주택 특별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 부패방지법 위반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됐다.

특히 부패방지법 제7조의 2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경찰 안팎에서는 "실제로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해 처벌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수사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증거자료를 확보해 관련자들을 추궁해야 한다"며 "(관련자들이) 투자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깨서 투기임을 증명하는 게 바로 수사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수면 아래 투기꾼까지 적발해야"

경찰 지휘부는 8일 정례 간담회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투기 수사 의지와 자신감 만큼은 여과없이 드러났다. 특히 경찰이 부동산 투기의혹 특별수사단에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를 포함시킨 것도 직접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중대범죄수사과는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반부패수사과와 달리 수사도 직접한다. 경찰 수사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잇따르자 강제수사와 직접수사 가능성까지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 수사는 검찰이 더 잘하는데 이번에 경찰이 사건을 맡았다"는 시각이 있어 경찰 수사력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수사를 총괄하며 경험을 쌓고 성과도 많이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보강 수사와 재판 대응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 당시 경찰을 포함해 여러 기관의 인력이 수사에 파견됐다"며 "검찰이 당시 컨트롤타워(지휘부)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상당수 성과는 경찰 수사에서 나왔다"며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부동산 단속을 검찰이 계속해오며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꼭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력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성과를 못내 역량 부족 논란에 휘말리면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국수본을 중심으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지시하며 수사 총괄 주체가 '경찰'임을 사실상 공인한 상태다. 경찰의 위상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정반대 관점에선 수사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한 사정기관의 관계자는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투기꾼까지 적발하며 말 그대로 일망타진하는 수사력을 경찰이 보여줘여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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