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년 앞두고 독주하던 ‘잠룡’ 이재명 경기지사가 변수를 만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선수’로 전면 등판하면서다. 단숨에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 1위로 오르면서 여권 지지층을 긴장하게 한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공정, 역동성, 탈중앙 정치 등 시대 정신을 갖추고 지지층을 빨아들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 총장이 야권에서 부상할수록 여권 지지층이 경쟁력을 갖춘 이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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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중도층'…윤석열 '급등', 이재명 '소폭 하락'━
같은 기간 다른 여권 인사와 달리 이 지사의 적합도가 소폭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이 기간 이 지사는 2.1%p 감소한 24.1%의 적합도를 기록했다. 특히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적합도가 2.8%p(25.8→2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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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각 진영 대표하는 '공정 드라이브'━
이 지사가 “(조달시스템) 문제는 독점·독식 구조에 있다”(2월16일), “공정경제 3법 후퇴, 재벌개혁 후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지난해 11월15일), “진짜 기업 프렌들리는 유착이 아니라 공정”(2019년 7월8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책으로도 구현한다. 보편 지원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COVID-19) 피해 규모와 대상을 면밀히 파악하는 국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도민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공정 시비를 최소화하고 지원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취임하며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데 이어 ‘조국 수사’를 사실상 진두 지휘하며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공정 이미지를 떠안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강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공정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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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뒤흔드는 '사이다', '탈중앙 정치'…시대정신 갖췄다━
윤 전 총장 역시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당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향해 “그것도 선택적 의심”이라며 맞받아쳤다.
윤 전 총장은 정부 정책을 점검하는 국감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중앙 정치와 거리가 먼 데에서 오는 신선함도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공통적으로 가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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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지층, ‘경쟁력’ 있는 후보 밀어준다━
실제 이 지사는 호남과 경륜 등을 앞세운 기성 정치와 차별화하면서 여권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달 5일 KSOI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진보 성향 및 민주당 지지 성향의 응답자에게서 각각 41.9%, 48.3%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 결과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6일~3월1일 진행된 경선에서 최종득표율 69.56%로 우상호 의원(30.44%)을 크게 이겼다.
박 후보는 일반 시민은 물론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63.54%(5만211표)를 얻으며 우 의원(2만8814표·36.46%)를 압도했다. 우 의원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권리당원들이 경쟁력을 후보 선발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주목하며 “대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다. 갑자기 누가 혜성 같이 나타나서 뜨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도 “시간이 얼마나 안 남았다. 게임을 하려면 어느 정도 판돈을 갖춰야 한다”며 “갑자기 땅에서 새 인물이 솟지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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