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국 대선 역사 최초의 '제3지대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대선을 1년 앞두고 사실상 여의도행을 선언하며 직을 내던진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지만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이들과 거리를 두며 몸값 높이기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향후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의 중심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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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권과 거리 두기 나선 尹━
다만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발언들은 꾸준히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몸값 높이기'로 분석하고 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최대한 관망하면서 본인의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윤석열 개인의 성격은 변한 게 없지만, 지금까진 현직 총장이다가 예비 정치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 함부로 들어가기도 위험성이 있고 국민의당을 선택하기에도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어려움을 본인도 알 것"이라며 "자신이 아직 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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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결과가 尹 행보 가를 듯━
윤 전 총장이 여의도 전면에 등장할 시기는 4·7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척도이자 야권 주요 인사들의 추후 움직임을 가늠해 볼 좋은 기회다.
보궐선거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윤 전 총장은 기존 정당 입당, 제3당 창당 등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야권에서 서울시장 최종 승자가 탄생한다면 대선 야권 구도는 서울시 당선자를 배출한 당을 중심으로 개편될 확률이 높다. 즉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의 기세가 올라가 윤 전 총장이 입당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최종 선택을 받으면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이 손을 잡고 제3지대 중심의 야권 대선판을 만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배출되면 상황은 더 유동적으로 흐를 수 있다. 야권 후보가 큰 격차로 여당에 밀리면 야권은 사실상 주도자가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접어든다. 이 경우 윤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 새 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윤 총장이 제3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권에서 서울시장을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에서 누가 이기느냐, 최종 후보가 여권에 얼만큼의 차이로 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더라도 국민의힘이 안 후보를 누른다면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성장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됐는데 아슬아슬하게 여당에게 진 상황이 된다면 윤 총장의 활동 폭은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정치세력 규합이 이뤄질 것이고, 국민의힘은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식으로 빅텐트를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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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판에서 제3지대란…"실패의 역사" 극복 가능할까━
하지만 윤 전 총장에게 놓인 길 중 어떤 길도 쉬운 길은 없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로 나설 것이란 전망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키 어렵다는 분석에 기초한다. '국정농단'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지지층과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윤 전 총장이 곧바로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면 총장 시절 행적 등에 대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
안 후보와 당장 손을 잡기도 부담이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와 함께하면 곧바로 하나의 정파가 돼 버린다.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파괴한다고 지적하며 사표를 낸 만큼 현 정권의 헌법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하려 할 것"며 "지금 국민의당으로 가면 추후 국민의힘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건지는 계속 정치적 숙제로 남는다"고 했다.
다만 제3당을 창당하는 등 제3지대의 인물로서 대선을 바라보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국 대선 역사에서 제3지대 후보자로 승자가 된 이는 아무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대선에서는 문국현 후보가 있었다. 유한킴벌리 대표 출신인 문 후보는 깨끗한 기업가 이미지를 무기 삼아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창조한국당을 창당해 독자 출마했다. 결국 5.8% 득표에 머무른 뒤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같은 시기 지금의 윤 전 총장처럼 지지율 30% 웃도는 등장으로 정치권에 충격을 준 이도 있었다. 고건 전 총리다. 당시 중도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유력 후보로 평가됐으나 자신만의 정치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다가 지지율이 급하락하자 판을 떠났다. 가까이는 안 후보의 실패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실패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평론가는 "우리나라는 헌법 자체가 대통령파와 반대통령파로 나눠져 있는 나라"라며 "대선은 선거 전략 자체가 항상 '정권 심판론' 등 진보와 보수 싸움 프레임으로 짜져 왔고, 여기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이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허상의 이념 틀을 가지고 '적대적인 공생관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진영화된 싸움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제3지대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며 "윤 전 총장도 현실 정치의 벽을 뛰어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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