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토지 사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놓지도 않은 땅의 소유주를 먼저 찾아가 땅을 팔라고 요청하면서 "계약 파기를 절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는 전 소유주 측 증언이 나왔다.
5일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토지의 전 소유주들은 거래 과정에서 매수인이 LH 직원인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소유주들은 LH 직원인지 알았다면 땅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밭 5905㎡(약 1786평)를 LH 직원에게 판 K씨의 아내는 국민일보에 "땅을 내놓은 것도 아니었는데 가만히 있던 우리한테 느닷없이 와서 땅을 팔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K씨는 2018년 4월19일 4명에게 매매가 19억4000만원에 땅을 판다. 이들 중 2명은 LH 직원으로, 본부 홍보실과 경기지역본부에서 모두 보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H 직원들은 각각 배우자와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과 함께 해당 땅을 매입했다. 이들 중 LH 직원 1명과 그의 지인은 지난해 2월에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밭 4필지(총 5025㎡)를 또 다른 LH 직원 2명 등 5명과 함께 공동으로 매입했다.
해당 필지는 진입로가 없고 도로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로, K씨가 40년 넘게 갖고 있던 땅이다. 당시 매수자들은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며 토지 매입 이유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K씨 아내는 "딱 봐도 농사지을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아 어떤 농사를 하는지 궁금해 한참 뒤에 가봤다"며 "형식적으로 나무를 심어놓긴 했는데 관리를 안 해서 다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도인들에게 거래 과정에서 계약이 번복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K씨 아내는 "계약서를 쓰러 갔더니 '계약 파기를 하면 절대 안 된다. 무를 수 없다'고 세 번, 네 번 강조했다. '파기하면 돈을 4배 물어야 한다'고 엄청 겁을 줬는데, 사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씨 아내는 "왜 농사를 짓는다고 거짓말하고 땅을 샀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최근 보도를 보고 이들이 LH 직원인 것을 알았다"며 "그 사람들이 땅을 팔라며 찾아오지 않았으면 지금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돈을 돌려주고 땅을 내놓으라고 하고 싶다. 억울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K씨의 한 인척은 중앙일보에 "몇 년만 참았으면 됐을 건데 (LH 직원이 사는 줄 알았다면) 절대 땅을 안 팔았을 것 같다"며 "아무리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지만, 자기들만 정보를 알고 땅을 샀다고 생각하면 이럴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과림동의 밭 4042㎡(약 1222평)를 판 60대 A씨 역시 매수자가 LH 직원인지 몰랐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3명의 매수인이 지난해 6월24일 7억8000만원을 들여 해당 땅을 사들였다. 이들 중 2명은 LH 직원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는 공인중개사와 거래를 논의할 때만 해도 1명만 왔으나 잔금을 치를 땐 3명이 와서 의아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가정 문제가 있어 돈이 필요해 땅을 팔았다"며 "(사정이 있었어도) LH 직원들인 거 알았으면 땅을 안 팔았을 것이다. 뉴스 보고 얼마나 놀라고 아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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