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갈 때마다 10만원 훌쩍…"앞으로가 더 겁난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유선일 기자, 고석용 기자, 유효송 기자 | 2021.03.05 05:20

[MT리포트] 인플레의 습격(上)

편집자주 |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소비가 살아나는데 석유 등 원자재값까지 뛰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국채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자칫 물가와 금리가 경기와 증시의 발목을 잡진 않을지 짚어본다.



백신 풀고, 유가 뛰고…코로나 이어 인플레의 공포



코로나19(COVID-19)가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값이 뛰면서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가운데 백신 보급과 함께 소비회복에 따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까지 겹쳤다.

문제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 몰려있던 과잉 유동성이 실물로 흘러드는 순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상승이 내수회복에 찬물을 끼얹진 않을지 우려된다.

◆2월 소비자 물가 1.1%↑…"부동산·주식 인플레, 실물로 이동"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뛰었다. 전월(0.6%)의 약 2배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애로와 조류독감(AI), 명절수요 증가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폭이 전월 대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1년 경제전망 당시 연간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로 잡았다. 2019년(0.4%)과 지난해(0.5%)의 저물가(디플레이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2월 누계기준 물가상승률은 0.9%다. 새해 시작 두 달 만에 소비자 물가가 정부의 연간 전망치에 근접하면서 연간으로는 정부 전망치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아져 1.6% 정도로 전망한다"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 이미 반영된 인플레이션이 실물로 옮겨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 둘 쌓이는 인플레 장작…불쏘시개는?


저금리와 지난해 내내 이어진 확장재정으로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통화량(M2)은 3191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9.8% 늘었다.

여기에 물가상승의 대표 요인 중 하나인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선을 넘어섰다. 1년 사이 약 2배로 뛰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 저금리 기조와 늘어난 재정지출 등 인플레이션 여건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며 "원자재수입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유가 상승 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우리나라에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져도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목표 2%에는 못 미치는 데다 2019년 이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진 만큼 적당한 물가상승 압력은 오히려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요소라는 논리다.

정규철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며 "2월 물가 상승은 본격적인 수요 회복보다는 공급 요인이 커 인플레이션 시작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유선일 기자




어쩐지 파 한단이 1만원이더라



#대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 대형마트 농축산물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렸다. 한 단에 3000원 정도로 생각했던 대파 가격이 7000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A씨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대파 한 단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더라”면서 “요새는 장을 한 번 보면 너무 쉽게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겁나는 수준의 체감물가’가 통계로 증명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1.1% 뛰었다.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월 물가 상승이 유독 피부에 와닿는 것은 농축수산물 등 일상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6.2% 상승해 전체 물가를 1.26%포인트 끌어올렸다. 2011년 2월 17.1% 오른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설 명절로 인한 수요 증가가 겹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 가격이 지난해보다 227.5%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월 26일 기준 대파(1kg) 소비자가격은 7232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42.1% 뛰었다. 이밖에 가격이 상승한 농축수산물은 △사과 55.2% △돼지고기 18.0% △국산쇠고기 11.2% △달걀 41.7% △쌀 12.9% △고춧가루 35.0% 등으로 나타났다.


2월 집세는 0.9% 올랐는데, 이는 2018년 3월 0.9%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뜯어보면 전세 가격은 1.2% 상승해 2018년 8월 1.2% 기록 후 가장 높았다. 월세는 0.5% 상승했는데, 2014년 12월 0.5%를 기록한 이후 최대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급기야 월세난으로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세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것도 체감물가를 높인 원인이 됐다. 석유류 가격은 1월 –8.6, 2월 –6.2%를 기록했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2% 상승했다. 지난해 3월 1.8% 기록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0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8.9% 뛰었다. 지난해 10월 19.9% 상승 후 최대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장바구니 물가 걱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11월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전제했던 수준보다는 유가 등이 더 올랐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가 높게 나올 수는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일종의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유선일 기자



경기회복 아직인데 물가부터 오르면…한은, 금리 어쩌나



물가가 뛰고 있지만 경기회복은 아직이다. 물가를 잡으려고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자칫 소비회복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통화당국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1% 올랐다. 다른 물가지표도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9% 오르며 3개월째 상승했다. 1월 수입물가지수 역시 전월대비 2.8% 오르며 2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소비자·생산자·수입물가가 모두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9년 5월 이후 2년만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올 1월 취업자수는 지난해 1월보다 98만2000명 감소하며 역대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내수 역시 거리두기 영향으로 여전히 위축돼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년동월대비 신용카드 승인액은 12월 -4%, 1월 -2%를 기록했다. 그나마 수출만 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유지한 채 물가상승률 전망치만 1.0%에서 1.3%로 높여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먼저 뛰는 물가에 경기회복의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가면 경기불황 속 물가만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은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단 물가가 우려할 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1%대 물가 상승률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다"며 "상승세를 보이는 일부 품목도 물가향방을 단정적으로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그동안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가까웠다"며 "한은의 목표가 2%인데 1%대 물가상승률은 적당한 정도"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3%가 나온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옮겨가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이 과잉이 된 상태여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 등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자칫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증한 가계부채 등 경제의 부실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점이 내년초에서 올해 말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김소영 교수는 "가계 등 경제주체의 부채가 크고 주가 등 자산가격도 높아 긴축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금통위의 고민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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