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다" 개강해도 텅빈 원룸·식당, 대학가 상권 슬럼화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 2021.03.04 15:26
"개강했지만 손님이 없어 아직도 방학 같네요."

서울 시내 대학가는 아직도 '방학'이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서울 시내의 주요 대학들이 1학기 개강을 온라인으로 시작하면서 학생의 발길이 끊겼다. 대학생이 주요 수요자인 주변 원룸이 비고, 대학가 상권도 무너지고 있다.


개강맞아 꽉 찼던 원룸들... 지금은 빈 방 넘쳐나


4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대와 한국외대 인근 거리에서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학기에도 대학들이 온라인 개강을 하면서 학생들이 대학가 인근을 떠났고 주변 원룸은 텅텅 비었다.

경희대 인근에서 원룸 사업을 하는 정모씨(70)는 "근처 대학교들이 전부 다 온라인 개강을 해 방을 찾는 신입생들도 줄고 휴학하고 아예 방을 뺀 학생들이 많다"며 "예년 같으면 빈 방이 없어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18개 호실 중 6개가 비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외대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임대인들이 하도 방이 안 나가니까 걱정된 마음에 부동산에 와 방 좀 잘 팔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며 "방을 보러 온 학생들은 거의 없었고 공실률도 30% 정도 된다"고 했다.

서울 시내 인근 대학가는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월세 가격이 떨어졌다. 건국대 인근 월세는 2019년 12월 48만원에서 지난달 41만원으로 14.5% 떨어졌다. 이외에도 △서울대 12.8% △경희대 8.6% △고려대 8.8% 등 인근 지역 월세가 떨어졌다.

스테이션3 다방 데이터 분석센터 관계자는 "대학생, 미혼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원룸 월세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이 장기화되며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대학가 원룸 지역은 월세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안 하던 배달서비스까지 했지만 매출은 여전.... 대학가 상권 슬럼화 계속된다


4일 한국외대 인근 대학가. 개강을 맞아 학생들이 붐볐을 거리지만 지금은 한산하다/사진=홍순빈 기자
대학가 상권은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일반음식점을 포함한 소매업종들이 많다. 점심시간이었으면 붐볐을 대학가 식당들이 지금은 한산하다. 상인들은 그저 '지금의 상황을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입을 모았다.

20년이 넘게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박영근씨(61)는 "개강을 했어도 식사를 하러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아직도 방학 같다"며 "학생들이 식당에서 동아리 행사, 신입생 환영회를 했을 때가 언제였나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부터 안 하던 배달서비스까지 했지만 매출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카페에서 일하는 최모씨(27)도 "점심기간이면 학생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지금은 2~3 테이블 채운다"며 "개강 시즌을 맞아 진행했던 음료 할인 행사 기간을 연장할 정도"라고 했다.

다른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인근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한 10명 정도 오면 많이 온 것"이라며 "하루 매출이 1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90% 정도 줄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지난해 1학기부터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다보니 대학가 상권들이 슬럼화됐다"며 "금년 상·하반기까지도 상권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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