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년]'검사→정치인' 윤석열의 파괴력과 불안요소는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1.03.08 06:07

편집자주 |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오는 2022년 3월 9일 실시된다. 남은 1년, 대권 경쟁을 가늠할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현시점에서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안 돼 스스로 대권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반문재인' 지지층의 환호를 받아온 데다 인물난에 시달려 온 야권의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폭발적 변수'로 평가받는다.

보수야권에서도 그의 대권 도전 여부를 주목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은) 이 정부와 정면 충돌해서 나온 사람 아닌가. 야인이 됐으니 야권 인물이 될 수 있다"면서 "보궐선거 이후 자기 역량을 발휘할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7일 MBN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지금 윤 전 총장에게 많은 야권 지지자분들의 마음이 모여 있다"면서 "야권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문' 상징, 정치 '초짜'…보수의 '반감' 극복할까


'존재감' 측면에선 나무랄 데 없는 후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지지율 흐름은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3강' 후보로 꾸준히 꼽혀 왔다.

또 4·7 보궐선거 이후 범야권의 정계개편이 거론되면, 윤 전 총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판이 자연스럽게 깔릴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하면 범야권 통합 논의로 이어지며 윤 전 총장의 '역할론' 거론될 수 있고, 여당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위기감'에 직면한 범야권이 더 빨리 윤 전 총장을 호출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 2019.7.25/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실제 대권 레이스를 감당할 역량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27년 간 검사로만 일한 정치 '초짜'인 탓에 1년 내 대권주자로 성장할 만한 정치력을 갖췄는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는 '반문재인'의 아이콘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대선후보로서의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인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또 대권도전을 뒷받침할 정치세력이 부족하다는 건 윤 전 총장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다만 여당 후보에 맞서 중도층을 포함한 제3지대, 그리고 보수층을 모두 아우르는 게 필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른 '구원'을 고려하면 보수세력의 반감은 쉽게 넘기 힘든 산이다.


이미 전통 보수진영에선 윤 전 총장 견제가 시작됐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도구로 이용해 적폐수사로 행정부를 장악했다" "윤석열을 밀어내 야권 분열의 단초를 만들었다"고 썼는데, 이는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보수진영에 악재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윤 전 총장과의 대결 각오를 피력했고,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가까운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윤석열은 문재인 좌파독재정권의 부역자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인 윤석열'의 시대정신?…제3후보 '실패' 답습할까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일대가 새하얀 눈에 뒤덮혀 있다. 2021.3.2/뉴스1 /사진제공=뉴스1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는 '강직한 검사' 이미지가 지금까지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지만,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대권후보로 나선 이후에도 그의 행보가 자칫 '검찰 우선주의'로 비치거나, 예상 밖의 도덕적 흠결이 드러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일례로 한때 보수진영 대권 잠룡으로 꼽혔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는 등 강직한 검사 이미지를 얻었지만, 고액 수임료 등 전관예우 논란으로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뒤 20대 총선에서도 패배하며 정치적 생명력이 고갈됐다.

'정치인 윤석열'이 제시할 수 있는 시대정신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포스트 코로나와 저성장, 4차 산업혁명, AI 시대의 도래, 저출산과 고령화 등 현시대의 여러 난제를 풀어갈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검사로서 그가 강변해 온 '정의'와 '법치'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할 역량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대권행보에 나섰다가 빠르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과거 '제3 대권후보'의 실패 공식을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92년 정주영과 박찬종, 19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 2007년 문국현과 고건, 2012년 안철수, 2017년 반기문 등은 모두 '바람'을 타고 대권에 근접했지만 결국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 대상이 되거나, 완주하더라도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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