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권에서도 그의 대권 도전 여부를 주목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은) 이 정부와 정면 충돌해서 나온 사람 아닌가. 야인이 됐으니 야권 인물이 될 수 있다"면서 "보궐선거 이후 자기 역량을 발휘할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7일 MBN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지금 윤 전 총장에게 많은 야권 지지자분들의 마음이 모여 있다"면서 "야권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반문' 상징, 정치 '초짜'…보수의 '반감' 극복할까━
또 4·7 보궐선거 이후 범야권의 정계개편이 거론되면, 윤 전 총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판이 자연스럽게 깔릴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하면 범야권 통합 논의로 이어지며 윤 전 총장의 '역할론' 거론될 수 있고, 여당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위기감'에 직면한 범야권이 더 빨리 윤 전 총장을 호출할 수 있다.
또 대권도전을 뒷받침할 정치세력이 부족하다는 건 윤 전 총장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다만 여당 후보에 맞서 중도층을 포함한 제3지대, 그리고 보수층을 모두 아우르는 게 필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른 '구원'을 고려하면 보수세력의 반감은 쉽게 넘기 힘든 산이다.
이미 전통 보수진영에선 윤 전 총장 견제가 시작됐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도구로 이용해 적폐수사로 행정부를 장악했다" "윤석열을 밀어내 야권 분열의 단초를 만들었다"고 썼는데, 이는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보수진영에 악재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윤 전 총장과의 대결 각오를 피력했고,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가까운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윤석열은 문재인 좌파독재정권의 부역자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
'정치인 윤석열'의 시대정신?…제3후보 '실패' 답습할까━
일례로 한때 보수진영 대권 잠룡으로 꼽혔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는 등 강직한 검사 이미지를 얻었지만, 고액 수임료 등 전관예우 논란으로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뒤 20대 총선에서도 패배하며 정치적 생명력이 고갈됐다.
'정치인 윤석열'이 제시할 수 있는 시대정신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포스트 코로나와 저성장, 4차 산업혁명, AI 시대의 도래, 저출산과 고령화 등 현시대의 여러 난제를 풀어갈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검사로서 그가 강변해 온 '정의'와 '법치'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할 역량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대권행보에 나섰다가 빠르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과거 '제3 대권후보'의 실패 공식을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92년 정주영과 박찬종, 19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 2007년 문국현과 고건, 2012년 안철수, 2017년 반기문 등은 모두 '바람'을 타고 대권에 근접했지만 결국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 대상이 되거나, 완주하더라도 낙선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