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몇마리·나무 몇그루까지 파악..LH직원은 토지보상 달인?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1.03.04 11:28
(시흥=뉴스1) 조태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정부가 신규택지 후보지로 발표한 광명·시흥 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 국토부 및 LH 관계공공기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사진은 LH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2021.3.3/뉴스1
10년차 이상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라면 한 번씩은 다 보상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전 직원이 토지보상 전문가인 셈이다.

최근 불거진 광명시흥 지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의혹과 관련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전문가들의 솜씨"라고 입을 모은다. 협의양도를 통해 택지를 받을 수 있는 면적 기준을 충족했을 뿐아니라 보상금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심어둔 정황이 발견돼서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 받는 방식) 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원칙적으로 외지인은 대토보상이 불가하다. 보상가 1억원 이내에서만 대토를 받을 수 있고 그 그이상은 채권으로 보상금을 받는다.

단 1000㎡ 이상인 경우엔 협의양도 대상에 포함된다. 협의양도한 토지주는 인근의 단독주택 용지를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을 수 있다. LH 직원들은 규모가 큰 일부 토지를 매입한 직후 1000㎡ 정도로 지분을 쪼개 이 권리를 받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부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비용 등 보상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로 보여진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토지를 구매한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취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사 현재 보상 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있더라도 근무 중 보상 업무 경험을 했거나 관련 내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직 10년 이상 직원이라면 토지보상 업무를 한번씩을 다 경험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LH 내부에서 보상 업무는 기피업무로 여겨진다.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민원업무인데다 재산권이 걸려있다보니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 쉬워서다.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직접 업무공간에 찾아와 기기를 부수고 오물을 붓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런 이유로 신입사원들을 무조건 보상 업무에 배치하는 지역본부도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미리 경험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다.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경력이 10년 이상인 직원들은 대부분 보상 업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등 현장 경력에 인사상 가점 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보상 업무 직원들은 먼저 보상 물건을 기본 조사하는 일부터 시작해 주민 협의, 철거 및 이주 작업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는다. 가축 수, 나무 종류 등에 따라 보상 비용도 다르게 책정되므로 기본 조사 과정에서 축사에서는 기르는 닭, 개, 오리 등의 수를 일일이 파악하고 토지에 심겨있는 나무 종류, 수 등도 직접 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상액을 높이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유리한지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셈이다.

대부분 직원이 토지 보상 전문 인력으로 길러진 만큼 이번 사태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LH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힘든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할 공기업임에도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했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LH 게시판에는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라는 법 있냐"는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 일부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자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다른 공기업 종사자들 중 광명 쪽에 땅 산 사람 한 명 없겠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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