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사 캡처해 딥페이크 영상 제작·협박…외모 품평까지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3.03 14:34

쌍방향 온라인 수업 늘며 초상권 침해 위험수위…대부분 선처
'캡처 차단' 기술적 어려움 있어…교사노조 "교칙 마련할 필요"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지난 1월27일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교사 사이에 초상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격수업 상황에 맞는 교권 보호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당국이 올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기로 하면서 '초상권 침해' 위험성도 덩달아 커졌다. 원격수업 도중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 모습을 캡처해 유포하는 일도 드물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교사를 분양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게시글에는 원격수업 중인 교사 사진과 함께 이름까지 나와 있었다.

교사들은 교사 분양 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상권 침해 사례가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교사들도 일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대응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교사노조연맹이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8435명 가운데 온라인 수업 관련 초상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7%(651명)였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학교 전체에 떠들썩하게 알려지는 것을 피하고자 학교장과 교사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초상권 침해를 했던 학생을 선처하는 식으로도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교사노조연맹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무단 캡처 사례는 지금도 비일비재한 수준이다. 실시간 수업 중인 교사 화면을 캡처해 학생끼리 둘러보며 외모 품평을 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한 학교에서는 수업을 악의적으로 방해해 주의를 받은 학생이 수업을 몰래 녹화한 뒤 교사에게 수업 녹화본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일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각성 측면에서 교사 초상권 침해 사례가 위험수준을 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원격수업 중인 교사 사진을 캡처해 유포하는 수준은 비할 바도 못 된다는 것이다.


인천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지금은 폐쇄된 것으로 아는데 특정 사이트를 통해 비용을 내고 교사 사진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면서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서로 다른 영상을 마치 하나의 영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은 진위 구분이 쉽지 않아 일반 합성사진보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교사들은 자구책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 탓에 카메라를 끄는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교육당국도 원격수업 확대로 초상권 침해 사례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속해서 개인정보보호 필요성을 교육하는 홍보 포스터 등을 제작해 학교에 배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원격수업에 이용되는 온라인클래스에 캡처 방지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도 캡처 차단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당장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당장에는 학교 교칙에 초상권 침해를 제지할 수 있는 교칙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칙 마련으로 학생·교사·학부모가 해당 사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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