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2021년 3.1절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의 온도는 1년만에 이같이 180도 변화했다. 과거를 직시하는 자세를 가지라며 준엄하게 일본을 꾸짖었던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기념사를 통해 언제든 양국관계의 발전을 논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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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일관계 보다 투쟁·탄압 역사━
당시 문 대통령은 오히려 항일투쟁 역사를 비중있게 말했다. 3.1운동 및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진행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1919년 한해에만 무려 1542회에 걸친 만세 시위운동으로 전국에서 7600여명이 사망했고 1만6000여명이 부상했으며 4만6000여명이 체포 구금됐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일제의 탄압도 강조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관계가 악화될 때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거론하며 대일강경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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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투쟁·탄압 역사 보다 한일관계━
힘을 준 것은 한일관계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고 역사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지난 수십년 간 한일 양국은 일종의 분업구조를 토대로 함께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동반자'의 의미를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협력 역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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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중시 바이든 출현에 기조 변화?━
실제 문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을 줬다. 3.1절 기념사에서 한미일 협력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고 대화를 나눴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 타결의 주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외교 정책에 관여해왔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혼 상담사(divorce counselor)' 같았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외교가에서는 지난해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수출규제 이슈 이후 대일 강경책 일변도로 일관해왔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외교 당국자는 "악화된 한일관계가 발등의 불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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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 진행" VS "정신분열적 외교"━
이어 "대립관계를 접고 외교관계로 돌아가자는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스가 정권이 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의 말과 행동은 변한 것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만 변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이라며 "최악의 한일관계 속에서 한국의 대일 외교는 비굴해지고 있고, 정부여당은 저자세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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