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은 어쩌다 '레임덕' 논란을 불렀나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21.03.01 11:22

[the30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4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1.12/뉴스1



여권에서 연일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속도전 필요성을 밀어붙이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발(發) '속도조절론'에 대해 일종의 여론전인 셈인데 '레임덕'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지난해 '추-윤' 갈등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감지되는 '속도조절론'을 인정하지 않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3월 발의, 6월 처리하겠다고 못박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을 당부했다"고 전했으나 수사-기소 분리의 큰 뜻엔 다르지 않단 의미로 해석했다.

당내 검찰개혁특위는 수사청법 등을 포함한 수사-기소 분리 법안들에 대한 최종 조율을 거쳐 다음달 당 차원에서 발의한 뒤 상반기 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4월과 5월 차례로 새로운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면 한달 내인 6월 중 국회 통과가 목표다. 하반기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처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새 원내대표가 수사청 입법을 해서 차기 주자에게 성과물로 내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개혁 특위 수사·기소권 TF(태스크포스) 팀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용민·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검찰개혁파'들이 역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국 수사' 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이슈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과 함께 '처럼회' 소속 최강욱·황운하 의원도 수사권 폐지에 앞장서며 수사청 설치에 앞장서고 있다.

당 일각의 신중론을 누르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이들 중 눈에 띄게 목소리 볼륨을 키우고 있는 인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 해석이 나오자 "이제 와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버린다"며 문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도 마다않고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수사-기소 분리 반대 주장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호도하거나, 수십년간 지긋지긋하게 봤던 검찰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물타기식 논쟁과는 단호히 분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 해임을 위한 수사지휘권 발동 및 감찰에 나서는 과정에서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연말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검찰개혁' 어젠다를 발판으로 대선에 뛰어들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청 추진 속도조절론에서 발생한 당청 간 균열을 계기로 자신의 공간을 다시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여당의 수사청 추진은 윤 총장 역시 정국의 핵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권력 수사에 대한 보복성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이 입장표명에 나설 지 주목된다. 검찰 주변과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수사청 설치를 전면 반대하며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경우 윤 총장과 여당 간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윤태곤 더모아 의제와전략그룹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연말부터 1월 18일까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교체, 기자회견의 주된 내용들을 보면 청와대는 레임덕과 연착륙을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수사청 설치는 결국 윤 총장에게 정치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며 "신 수석이 물러나면 좋은 건 윤석열과 여당 강경파고, 문 대통령만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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