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권남용 판결나왔는데…公기관, 또 '일괄사표' 제출요구 논란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 2021.02.26 17:30

국가철도공단, 기관장 바뀌자 본부장급 '일괄사표' 요구

사진=강기영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신임 이사장 취임 후 본부장급 상임이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 임원에게 별다른 결격 사유 없이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직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단 측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 제출"이라고 설명했다.

26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지난 23일 공단소속 본부장급 상임이사 5명과 이사대우 1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복수의 공단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괄 사표 제안은 임 모 부이사장이 제안했다. 지난 23일 오후 3시쯤 임 부이사장은 본부장들을 모두 모이라고 지시했고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나눠주며 "신임 이사장이 취임했으니 재신임을 묻자"는 취지로 모두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본부장들이 "사표 제출이 옳은 방식인지 모르겠다"며 항의했지만 결국 모두가 사직서를 쓰는 방향으로 정리됐고 원하지않던 본부장들도 모두 사표를 작성해 제출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영 이사장이 임 부이사장에게 본부장급 상임이사들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5명의 상임이사와 1명의 이사대우 중 지난해 5월에 임명된 A건설본부장과 B기획본부장 2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공단 상임이사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2년간 임기가 보장된다. 상임이사인 건설본부장은 지난해 5월 임명돼 2022년 5월이 임기이지만 임명된 지 10개월만에 옷을 벗게 됐다. 이사대우인 기획본부장의 임기도 3년 중 2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법에 따라 기관장이 상임이사에 대해 실적을 평가하고 실적이 저조할 경우 해임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표를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사표를 제출하게 한 것은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임기가 남아 있거나,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거나, 연임 명령을 받은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 또는 강요죄다"라고 명시했다.

공단측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사장님이 새로 바뀌면서 경영철학 등이 (신임 이사장과) 다르다고 판단한 2명에 대한 사표가 수리됐다"며 "상임이사그룹에서 사표를 다같이 제출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지 강요는 없었다. (사표제출을 제안한) 부이사장도 이번에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이사장 지난 16일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청주고 출신으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동기다. 김 이사장은 행정고시 30회로 1987년부터 공직을 시작해 건설교통부 철도정책과장,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공항철도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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