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베팅한 한화…韓 민간 인공위성 쏘겠다는 한컴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최민경 기자, 김태현 기자 | 2021.02.26 06:00

[MT리포트] 우주창업시대(하)

편집자주 |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경이 21세기를 살았다면 하늘 저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주여행, 우주셔틀, 우주통신, 우주청소 등 허황하게 들리던 우주산업이 하나 둘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런 획기적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로켓벤처들이다. 본격 도래한 '우주창업시대'를 조망하고 우리의 당면과제와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한국 민간 인공위성 발사, 한컴이 해보자 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인터뷰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진=한글과컴퓨터
"M&A(인수·합병)를 논의할때 '한컴이 한국에서 민간 최초로 위성을 띄우는 기업이 돼 보자'고 했습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2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주 시장은 아직은 정부 주도이지만 최근 들어 민간에서도 주도적으로 우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민간 우주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든 만큼 '민간 최초' 타이틀을 한컴이 따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최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수학 함수를 이용한 위성영상 처리 기술을 연구한 응용수학 박사 출신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쏘아 올린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2호 위성의 영상 데이터 처리 시스템 기술 개발에도 참여했다.

최 대표가 이력을 살려 2012년 창업한 회사가 우주·드론 기업인 한컴인스페이스(옛 인스페이스)다. 지난해 9월 한글과컴퓨터 그룹에 인수되면서 기존 기업명에 '한컴' 이름표를 붙였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우주에 인공위성을 띄우고 위성의 움직임을 관제하는 '인공위성 지상국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통해 위성 영상을 수신한 뒤 처리·분석 한다. 최 대표가 일했던 항우연뿐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이 띄운 환경위성 GK-2B, 기상청의 천리안 위성 등의 지상국을 한컴인스페이스가 관리한다. 최근에는 이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네이버클라우드와 맺기도 했다.

최 대표는 한국이야말로 인공위성 활용 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위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 6~7개국 정도이고 위성 데이터를 받아 처리할 수 있는 나라도 얼마 없다"며 "하지만 한국은 북한에 대해 위성감시 업무를 해왔던 만큼 영상 처리 분석 노하우가 쌓여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이같은 인공위성 기지국 기술과 위성 영상 처리 분석 기술을 2018년부터 드론 분야로 확장해 왔다. 무인 드론을 직접 날리고 관제하면서 공중에서 촬영·수집한 영상 정보를 위성 사진 분석하듯 비교·분석하는 사업이다. 한컴인스페이스가 개발한 무인 드론 운영시스템 '드론셋(Drone SAT)'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1에도 출품됐다.

전라북도에서는 한컴인스페이스의 드론이 찍은 열화상 영상을 화재 등 재난 방지에 활용한다. 드론 사업에 투자하려던 한컴그룹도 이같은 드론 활용에 주목하면서 한컴인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최 대표는 "드론을 띄우고 활용하는 것도 인공위성을 우주에 띄워 활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고 곧 위성과 드론의 경계도 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드론 기체 제조 기술보다도 드론을 날리고 관제하고 영상 처리 분석하는 활용 분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국내에서 민간 드론은 방송 촬영 등에 활용되는 정도다. 하지만 최 대표는 드론을 농업과 임업, 수산업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이 농업·산림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국지적으로 농약을 살포한다든지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빠르게 제거하는 등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

최 대표는 "국내 드론 시장은 아직 군수용이 70~80%, 20~30%가 공공기관 수요인데 민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한컴이 선점하려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컴인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각종 드론 사업에 나선다. 상반기 중 한컴 브랜드로 드론 3기를 띄울 예정인데 우버처럼 공공·민간의 드론 수요자와 공급자를 잇는 '드론셋' 시스템을 기반으로 드론 중개 플랫폼을 상반기 중 출시한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함께 영상 분석을 위해 드론을 자동으로 날리는 드론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한컴인스페이스 매출 비중은 위성 사업이 80%, 드론 사업이 20%였다"며 "올해는 드론 사업 비중을 늘려 매출 비중을 5대 5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백지수 기자



'우주 선점하라' 김승연 회장 한마디에 한화 1100억 베팅


한화, 인공위성 전문업체 M&A…LIG 등 방산업계도 잰걸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세계 무대에서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주' 사업을 언급했다. 우주개발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김 회장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쎄트렉아이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무려 1090억원이다. 우선 발행주식의 20% 수준을 신주(590억원)로 인수하고, 전환사채(500억원) 취득을 통해 최종적으로 30%까지 지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인수를 통해 소형위성 본체, 탑재체, 지상체, 위성영상 판매 및 분석 서비스 사업 등 위성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쎄트렉아이는 해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으로 해외 중·소형 위성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이 주요 고객이다. 올해부터 1기당 1억달러 규모인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올해 1기 이상, 내년 2기 이상의 수주가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에선 위성통신서비스 사업을, ㈜한화에선 고체 연료 발사체 사업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초소형 SAR 위성을 개발하는 등 쎄트렉아이와 사업영역이 겹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엔 영국의 위성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지난해 12월엔 저궤도 위성 안테나 시장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의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ESA) 기술 선도기업인 카이메타(Kymeta)에 3000만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했다.

우주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기업은 한화뿐만이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계가 인공위성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민간 수요까지 겨냥할 수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술과 전문 인력만 확보하면 원재료비가 적어 수익을 창출하기 쉬운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미 미사일 협정이 개정되면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민간기업의 위성발사가 가능해져 위성사업 진출에 제한이 사라졌다.

위성사업 관련 주력 분야는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KAI는 500㎏ 이상 중·대형 위성 시스템, 본체 개발·제작 등을 중점적으로 한다.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위성시험장도 완공했다. 올해는 직접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2호를 발사하고 2025년까지 누리호 등 차세대중형위성 3~5호도 개발해 발사할 예정이다. KAI는 소형·초소형 위성시스템 및 지상국 개발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탑재체 중심으로 위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LIG넥스원은 고성능영상레이다(SAR), 인공위성 지상통신 단말기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올해 총 사업비 5000억원 규모의 인공위성 지상통신 단말기 초도 양산 수주도 예상된다.

최민경 기자



유망주로 떠오른 로켓벤처…액티브 ETF 다음달 美 상장


(케이프터내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이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NASA 케네디우주센터의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 AFP=뉴스1
훌쩍 다가온 우주시대, 투자자들의 관심은 우주로 쏠린다. 테슬라를 발굴해 큰 수익을 올린 미국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다음 투자 테마로 우주를 지목했다. 우주 산업을 재평가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아크인베스트는 1월 액티브 ETF인 'ARK Space Explorer ETF(ARKX)' 출시 계획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우주탐사 관련 ETF다. 내달 말 상장 예정이다.

ARKX 투자 대상은 크게 4가지다. △재사용 가능 로켓(Reusable Rockets) △궤도 산업(Orbital Aerospace) △아궤도(Suborbital Aerospace) △드론 △3D 프린팅 △수혜 가능 기술(Enabling Technology) 등이다. 약 50개 종목이 담길 예정이다.

2018년부터 아크인베스트와 액티브 ETF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닛코에셋매니지먼트의 '글로벌스페이스펀드' 자산을 살펴보면 ARKX 투자 대상을 엿볼 수 있다.

주요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갤럭틱(7.2%), 세계 1위 3D 프린터 업체 스트라타시스(6.3%), 3D 스캔닝 전문기업 트림블(6.1%) 등이다.

실제 뉴욕증시에서 항공우주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아크인베스트가 ARKX 상장 계획을 밝힌 지난 1월 14일 이후 버진갤럭틱 주가는 85.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스트라타시스는 55.9%, 트림블은 4.2% 주가가 올랐다.

이외 항공우주 관련 종목들도 크게 올랐다. 위성 인프라 전문 제조기업인 맥사테크놀로지와 로랄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44.4%, 97.6% 올랐다.

국내 항공우주 관련 종목도 크게 올랐다. 연초 이후 한국항공우주 45.7%,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6.8%,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56.8%, 쎄트렉아이 125% 올랐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4개 종목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나사(NASA)의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사용될 발사체 부품 생산을 담당한다. 쎄트렉아이는 국내 유일 인공위성 개발업체다.

증권업계는 우주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주 산업은 과거 정부 주도와 달리 민간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이들은 정부와 달리 혁신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며 개발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우주산업이 과거 안보, 연구 목적의 개발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변한 것도 긍정적이다. 우주 자원 개발과 우주 관광에 집중하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대표적이다.

단,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주사업은 아직 기대의 영역"이라며 "기존 사업의 정상화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 역시 "우주 관련 기업은 대부분 비상장 기업으로 투자 기회도 제한적"이라며 "중장기적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수혜를 입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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