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나를 영웅으로 몰지마라…동료간 해끼쳐선 안돼"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 2021.02.25 18:07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기부금을 묵혀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바로 써나가고 싶습니다. 1년이면 1년, 단위를 정해 몇 천억원 수준을 쓰는 구조로 가고 싶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5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몇 가지 사회 문제라도 풀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부금 관련 구상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열린 애프터톡을 통해 임직원 앞에 나섰다. 이달 초 10조원이 넘는 자신의 재산중 절반인 5조원 이상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뒤, 임직원들과 대면한 첫 자리다. 기부 배경이나 구체적 방안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0명의 직원만 현장에 참여하고 50명은 원격으로, 나머지 직원들은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카오의 새로운 도전, 미래와 방향성 △크루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방안 찾기 △오픈 Q&A 순으로 진행된 간담회에 약 240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AI 인재 양성 관심·AI 캠퍼스 고민중…"사회환원 롤모델은 빌게이츠"


김 의장은 먼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디지털 교육의 격차라든지 또 다른 격차가 벌어져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인공지능(AI) 인재들에 관심이 있다"며 "AI 인재 양성을 하이브리드로 할 필요가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한 AI 캠퍼스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캠퍼스와 관련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미국에서 영어로 된 좋은 교재나 유튜브 자료가 많은데 그런걸 빨리 자동으로 한글화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김 의장은 자신의 사회환원 결정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거버넌스 롤모델은 빌게이츠인데 창업하고 재단을 만드는 걸 보고 기업이 저렇게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사회에서 IT 기업인들은 기부 서약이 문화처럼 퍼졌는데, 그것도 빌게이츠 재단이 만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또 "저를 '대한민국을 구원할 영웅' 이미지로 몰고 가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한 일, 착한 일을 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실리콘밸리의 기부문화를 따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벌 편드는 건 아니지만 재벌은 부모님이나 선친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라 오히려 기부가 쉽지않고 빨리 (자식에게) 물려줘야지 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평가 논란 언급…"카카오 내 해끼치는 행위 없어져야"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인사평가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최근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SNS 이용자가 유서 형식으로 불합리한 회사 인사평가 제도를 비판해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는 내달 2일 오픈톡 간담회를 통해 인사평가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다만 김 의장은 실시간 채팅창에서 인사평가 관련 질의가 나오자 "적어도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는 절대로 누구를 무시하고 해를 끼치거나 멸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혹시 이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리더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직장 내에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며 "서로간의 약속과 배려이고, 가장 조심해야 하는 인간 존엄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장마감 뒤 종전 액면가 5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주로 쪼개는 내용의 주식분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카카오 주식 수는 종전 8870만여주에서 4억4352만여주로 5배로 늘어난다. 이는 내달 2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 상정되며 분할신주 상장은 오는 4월15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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