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종교적 신념도 병역거부 인정…'진정한 양심' 판단은 엄격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2.25 14:18

대법, 예비군훈련 거부 무죄·입영 거부 유죄 엇갈린 판단
신념 동기, 일관성, 내용 등 면밀히 따져 진정성 평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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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대법원이 병역거부자들이 비폭력 평화주의라는 신념을 갖게 된 동기, 신념의 일관성, 내용 등을 면밀히 따져 진정한 양심에 해당하는지를 엄격하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해 "진정한 양심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전쟁을 위해서 총을 들 수 없다"는 비폭력·평화주의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고, B씨는 "평화의 확산을 위해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정치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집총 등 군사훈련과는 본질적 관련성이 없는 권위주의적 군대문화, 군대 내 인권침해·부조리에 기초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병역거부 이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나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내역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점도 A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근거가 됐다.

B씨의 경우도 권위주의적 군대 문화를 주된 병역거부 사유로 들었는데, A씨와 같은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모든 전쟁과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동기·상황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고 B씨도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도 참작했다.

또 B씨가 집회에 참가해 경찰을 폭행한 사실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도 있는 점도 B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역동원소집에 불참해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개인 신념을 이유로 한 예비군훈련 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찻 사례다.


C씨는 2016년 3월14일부터 2018년 4월16일까지 16차례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훈련에 불참하고, 병력동원 훈련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고 훈련에 불참했다가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가정환경과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 등을 보고 살인 거부하는 신념을 갖게 됐다. 군입대를 거부하려다 친지들의 설득으로 입대했다가 후횐한 뒤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회관 관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C씨는 군 제대 후 더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일체의 예비군훈련 등을 모두 거부했다.

1심은 "C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입대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경제적 손실과 형벌의 위험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원심을 유지하며 "C씨가 병역거부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는데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있는 점,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우선 예비군 훈련 거부라고 할지라도 집총·군사훈련이 수반된 병역의무라는 점에서 현역병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1,2심에 이어 C씨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한 것이 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C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과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경제적 손실과 형벌 위험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C씨의 병역거부가 병역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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