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일하던 동료들이 돌연 '당신과 일하기 싫다'고 평가했다면 어떨까요. 피평가자가 이를 알게됐다면 상당한 심적 충격과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채택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을 보면서 이런 방식이 스타트업이나 IT 기업의 문화인가하고 의아했습니다."
최근 카카오의 인사평가 논란과 관련 한 대기업 인사평가 담당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과 관련 후폭풍은 여전하다. 다면평가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항목이 십자포화를 맞는 가운데 재계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카카오에 따르면 내달 2일 평가제도 등 크루들이 느끼는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오픈톡을 추진한다.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은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 추정 이용자의 유서 형식의 글이 올라오며 불거졌다. 실제 극단적 선택은 없었지만 직원들이 글쓴이의 심경을 추측하며 카카오 인사시스템을 저격했다.
특히 함께 일한 동료들이 실시하는 '다면평가' 가운데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항목을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함께 일하기 싫음', '상관 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 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함께 일하기 싫다'는 답변을 수집해 당사자에 공개한다는 것 자체로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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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평가 많은 기업에서 활용 중…"문항 자체는 문제 없어"━
이에대해 인사 전문가들은 일단 평가 문항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면평가는 하향식 인사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도입한 제도다. 가혹해 보이지만 조직 활력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어서다.
한 금융업계 인사 담당자는 "'함께 일하기 싫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이 채택해서 쓰는 패턴"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문항 자체가 자극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IT 업계도 비슷한 실정이다. 네이버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요'라는 질문 항목이 있어 부서장이 이를 참고한다. NHN은 '동료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했나요' 등의 질문이 인사평가에 들어있다.
성과 관리 전문가인 이찬(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 서울대 교수는 "문항 자체가 이슈는 아니다"라며 "거꾸로 생각하면 정말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소연할 채널이 정기적으로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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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보다 피드백 중요…1대 1 면담 등 적극 활용해야 ━
이어 이 교수는 "데이터는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사들이 면담 등을 통해 피드백을 줘야 받아들일 수 있다"며 "피평가자에 대해서도 결과를 수용하는 방법을 반드시 교육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가 2019년 공직사회에 배포한 다면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개인의 행동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대 1 면담과 집단 워크숍 등을 활용해야 한다.
통보과정에서 상당한 심적 충격을 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기업에 따라서는 동료평가를 본인들에게 통보하지 않고 상급자가 참고용으로만 쓰는 경우도 많다.
한 기업 인사담당 본부장은 "대부분 인사 컨설팅 회사들이 다면평가를 회사의 옵션으로 제시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권하지 않는 추세"라면서 "특히 카카오가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 '쌍방 다면평가'는 자칫 인민재판으로 흐를 수 있어 본인 모르게 하거나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이 미국 구글, 아마존과 같은 해외 IT기업들의 인사제도를 무분별하게 좇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급성장한 IT기업들은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또 개발자와 비개발자간 문화차이도 있어 글로벌 인사컨설팅 기업들이 미국의 혁신기업의 사례를 앞세워 컨설팅 제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글의 경우 동료평가를 승진·해고에 적극 반영한다. 또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는 "몇몇 글로벌 인사컨설팅 기업들이 미국식 인사제도를 던져주기도 하는데 일부는 비적응자의 해고를 염두에 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카카오의 인사제도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번 논란을 보고 좀 의아했고 혹 해외 기업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 한국적 조직문화와 충돌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5일 기부금 관련 구상을 밝히는 사내간담회에서 "이번 이슈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논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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