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실적 오리온의 아픈손가락 '제주용암수', 1200억 투자했는데 4년째 적자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1.02.24 15:41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오리온그룹에서 유독 고전하는 곳이 있다. 오리온홀딩스의 자회사 '오리온제주용암수'다. 2016년 인수 후 1200억원가량 쏟아부었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호언했지만 아직까진 큰 성과 없이 적자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200억 투자 제주용암수 적자폭 확대…4년 113.6억 손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잠정) 오리온홀딩스의 매출액은 2조2810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8.4% 늘고 영업이익은 3090억6200만원으로 1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자회사 오리온의 매출은 2조2303억5600만원으로 10.2% 늘고 영업이익은 3755억2400만원으로 14.6% 늘면서 2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반면 오리온홀딩스가 지분 94.56%를 보유한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지난해 매출은 79억6300만원, 당기순손실은 61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2017년 9억7200만원이었던 당기순손실 규모가 2018년 14억4800만원, 2019년 28억500만원, 지난해 61억3700만원으로 늘었다.

오리온홀딩스는 2016년 21억원에 제주용암수를 인수한 뒤 2018년 228억원을 출자했고 2019년 유상증자로 462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4년간 투자 규모는 1200억원에 이르지만 이 기간 누적 113억62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제주도와 갈등' 첫 스텝부터 꼬여… 먹는샘물 아닌 '혼합음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사진= 뉴스1

실적이 부진하게 된 주 원인으로 제주도와 갈등이 꼽힌다. 2019년 제주용암수 출시를 외부에 알렸다가 제주도가 정식 계약 없이 제품을 판매하려 한다며 국내 오프라인 판매를 막으면서 부진을 겪었다. 자원 과당 경쟁 방지도 판매 금지 이유였다. 지난해 6월이 돼서야 제주도와 합의 후 국내 판로가 열렸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이익을 내려면 대규모 판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손익분기를 맞출 정도의 대량 생산·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초기 유통채널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린 셈이다. 플랜B에 해당하는 중국과 베트남 수출도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용암수가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민간기업은 제주도가 정한 지역에서 음료나 주류만 개발·판매를 허용하는 제주특별법 적용을 받은 까닭이다.

통상 생수는 원수 그대로의 지하수인 반면 제주용암수는 해수에서 염분을 걸러낸 뒤 빠져나간 미네랄을 다시 배합해 넣는 가공과정을 거친다. 회사에서는 제주용암수를 '미네랄 워터'로 포장하지만 사실상 정수기 물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오리온 측은 정수기 물과는 달리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에 건강 브랜드 '닥터유'를 덧입혀 실적 부진을 탈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달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제품명을 바꿔 출시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고 장마 때문에 음료 전체 매출이 안 좋았던 부분도 있는데 닥터유를 활용해 건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다"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성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만큼 긴 호흡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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