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문 대통령은 '숨 고르기'를 당부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여당에선 과도한 해석이라 보고 있다. 이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검찰의 6대범죄 수사권을 넘기는 방식의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여당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말, 속도조절 아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법전편찬위원회 엄상섭 위원은 우리나라도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며 "인제 와서 속도 조절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한 박 장관 역시 해석 논란에 대해 "속도 조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대통령께서도 그러한 표현을 쓰신 바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수사·기소는 분리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속도 조절이란 말이 없었다"고 묻자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로 표현하셨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
논란의 시작, 박범계의 '전언'은?…갈등 피하려는 당청━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수사 역량의 후퇴 우려'는 1차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2차 검찰개혁으로 검찰 수사권 박탈을 강행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특히 박 장관의 발언은 '사의 표명' 소동 당사자였던 신현수 민정수석이 업무에 복귀한 날 나왔다.
앞서 신 수석이 '수사청' 설립을 비롯한 검찰개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대통령이 속도조절 쪽에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18일 MBC라디오에서 "(신 수석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공감하는데 시기 문제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발언의 주인공 박 장관은 물론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속도조절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수청 관련 법안 마련은 민주당의 시간표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노출될 경우 자칫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이 또 다른 갈등 소지를 피해야 할 이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되는 건 과거 권위적인 정치 과정에 있었던 일"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훨씬 민주적이고 (이런) 민주적인 논의와 토의 과정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