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일찍 수능 종료' 무혐의, 왜?…피해학생들 민사소송 준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1.02.24 15:50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험표와 마스크 등을 배부받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 2분전 종을 쳐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고소당한 해당 학교 교장과 방송 업무 담당 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했으나 고의성은 없어 무혐의로 결론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24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당한 덕원여고 교장과 방송 담당 교사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불송치 결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사건을 검토해 90일 안에 보완할 사항을 통보하지 않으면 경찰 처분은 그대로 확정된다.


직무유기에서는 '고의성' 여부가 핵심...경찰 "고의성 입증할 증거 없어"


지난해 12월3일 수능이 치러진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는 4교시 첫 번째 탐구 선택과목 시험 종료 종이 2분 일찍 울렸다.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걷은 직후 오류를 발견하고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다시 배포해 문제를 풀게 했다. 학생들은 “감독관마다 대응방식이 제각각이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를 자체 종결한 경찰은 담당 교사와 교장이 종 작동과 관련해 입력상 오류가 있었단 걸 인정했지만 직무를 '고의적'으로 유기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교사 등이 일부러 직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 혐의를 물을 수 없다"면서 "직무유기 혐의는 아무리 심증이 있더라도 그걸 뒷받침할 보강 증거가 없는 한 인정되기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또 "CCTV 자료나 참고인의 증언 등 교사가 종료 시간을 고의적으로 앞당겨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직무유기는 고의성 여부가 혐의 판단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피해자 측은 국가 과실 책임을 물어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재수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능 종 사고 발생 시 감독관의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교육부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단 점 등 국가의 과실 책임을 감안해 금전적 배상 책임을 따지겠단 계획이다.



법조계, 형사 책임 묻기 힘들어...민사의 경우, 과실과 실질적 피해 입증해야


법조계에선 담당 교사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묻기 힘들고, 민사소송의 경우도 '과실' 입증이 돼야 가능할 거란 시각을 내비쳤다.

우희창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변호사는 "교사들이 해야 할 의무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한 직무유기는 쉽게 인정되기 힘든 범죄"라고 주장했다.

우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제기할 때도 교사들에게 과실이 있다는 것과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피해를 봤는지가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 종료 오류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담당 교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입증돼야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어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 변호사는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국가가 해당 비상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다툴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수능 감독 중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의무가 있다는 게 논리다.

한편 경찰은 두 사람과 함께 직무유기로 고소당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감독관 교사 3명 등 5명에 대해 '각하' 처분했다. 수사를 개시할 구체적 사유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