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의 최선두에 선 곳은 대한상공회의소다.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선다. 박 회장이 1955년생, 최 회장이 1960년생이다. 연배 차이가 많진 않지만 둘 사이는 세대차가 뚜렷하다. 최 회장은 PC가 등장한 1980년대 대학을 다닌 디지털 총수 세대다.
최 회장을 맏형격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기술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가 시대 변화에도 있지만 이들이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의의 세대교체를 단순하게 젊은 기업인들의 부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장치·설비 중심의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최근의 산업구도 변화가 경제단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구도가 변화하면서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존 멤버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안과 요구를 수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계 내부의 이런 필요가 세대교체와 신산업 분야 기업인들의 합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한국무역협회에 대해서도 기업인 회장을 맞아 기업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정책 압박감이 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 연말연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도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정치권이 규제로 누르니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내부 수요와 외부 충격이 경제계 전반에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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