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인플레" 하더니… 원자재에 투자자 몰린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윤세미 기자 | 2021.02.24 04:05
유가와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뛰며 원자재 가격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실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반등한 데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한 투자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진=AFP


금속도 원유도 □□년 이후 최고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종류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가 22일(현지시간) 1.6% 오르며 2013년 3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팬데믹이 선포된 지난해 3월 대비로는 67% 높은 수준이다.

이날 지수 상승세를 더 부추긴 건 구리다. 산업 전반에 쓰여 경기전망의 가늠자로 여겨져 온 구리 가격은 이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대에 올라섰다. 또다른 비철금속 대표주자 니켈도 2014년 후 처음으로 톤당 2만달러를 넘어섰고, 철광석 역시 10년 고점인 톤당 175달러대에 거래됐다. 이달 초 배럴당 60달러를 상향 돌파한 브렌트유도 같은 날 배럴당 65달러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원자재 스팟 지수 추이/출처=블룸버그 사이트 캡쳐
원자재 강세 배경으로는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실수요와 헤지 투자수요 증가가 꼽힌다. 코로나19 충격 회복 신호를 보내는 소비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고, 길어지는 재정·통화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며 전통적 헤지 수단인 원자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나란히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도래를 전망한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이 원자재 랠리가 포스트 팬데믹 국면의 경제회복과 초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 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가속이 붙은 전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원자재 수요를 끌어 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요국이 일제히 돌입한 탄소배출제로(0) 정책은 원유 수요를 억제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 및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금속 수요를 늘린다.


런던 거래소 구리선물 가격 추이/출처=블룸버그 캡쳐


'바이든 효과' 중장기 강세 전망…중국은 변수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시장이 생산이 중국 및 전세계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10년 내 가장 큰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하며 12개월 후 구리가격을 톤 당 1만500달러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시장에서도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봤다. 전날 3분기 브렌트유 전망을 배럴당 75달러로 10달러 더 높여 잡은 이유다.

구리 등 일부 원자재 수요는 장기간 상당한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거대 광산업체 글렌코어는 광산업계가 지금부터 2050년까지 연간 100톤의 구리를 추가 생산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반 글레센버그 글렌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이번의 공급 대응은 이전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수급상 구리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내놨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중 한 곳인 BHP그룹의 마이크 헨리 CEO 역시 지난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인구와 에너지 이동 등의 거대한 추세가 원자재 수요에 중장기적으로 호재"라 했다. 또다른 거대 광산기업 리오틴토도 수요 증가로 올해 철광석 수요가 강력할 것이라 전망했다.

단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 변수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코로나19 국면 타개를 위해 푼 유동성을 다시 조이기 시작하면 원자재 시장으로도 파장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널리스트들은 구리 가격의 장기적인 긍정적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중국의 신용과 통화정책에 긴축이 발생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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