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절을 넘어 연결로"…소부장 특화단지의 꿈

머니투데이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 2021.02.24 01:42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멈추게 한 지도 1년이 넘어간다. 자가격리, 거리 두기, 이동 제한, 교역량 감소, 공장 셧다운, 직장 폐쇄, 영업시간 단축 등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수많은 ‘단절’의 연속이었다.

제조업 현장은 단절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는 원가 절감을 위해 고기술 품목은 제조 강국, 저기술 품목은 신흥국과의 교역으로 조달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마저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고 소수 해외 기업에 위탁하다 보니, 특정 지역에 자연재해나 질병, 정치 혼란이 발생하면 소재·부품·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수요 기업의 생산이 지연·중단됐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안정적 소재부품 수급 관리(공급망)의 중요성을 절감한 바 있다.

마침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경기, 충남, 충북, 전북, 경남 5개 지역을 지정하고 이달 23일 특화단지 지원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특화단지는 강력한 제조업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소부장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한데 모인 지역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탄소 소재, 인공지능(AI) 기반 초정밀 가공기계 등 미래를 책임질 주력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담당하게 된다. 특화단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 중 하나로서, 조언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거리 좁히기’다. 거리란 제품이 전달되는 물리적인 거리도 있지만, 기업 사이 존재하는 심리적인 거리도 의미한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업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고민을 나누고, 개발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면 개발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업 간 끊김 없는 친밀한 소통은 공급망의 안정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두 번째는 ‘교류 확대’이다. 특화단지 내에서 단지 내 구성원들끼리 밀접하게 교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지역 구분에만 매몰돼 다른 지역, 또는 해외와의 교류에 소극적이어선 곤란하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변화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기술·인적 교류를 활발하게 시도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전문가의 참여’다. 소재부품 혁신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 소부장 기업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수요 기업의 혁신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이다. 현재 전국 32개 공공 연구기관이 제조 기업의 기술 애로 해결을 지원하는 활동 중이다. 이들이 가진 전문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특화단지를 지원하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연결’의 저력은 의외로 강하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해 세계 각국 정부와 제약사, 대학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본 수 년은 걸렸을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을 몇 개월로 단축시킨 것을 봤다.

소부장 산업의 핵심 전략 역시 비슷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지금껏 소부장 생태계는 제품 개발과 양산이 따로 '분절'되고 수요-공급 기업별로 '단절'돼 있었는데, 이 연결고리의 '복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리 두기에서 거리 좁히기로 △소극적 교류에서 적극적 교류로 △폐쇄적 혁신에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이 함께한 특화단지에 정부와 지자체 지원까지 모인다면 끈끈한 연대와 협력의 장이 되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소부장 특화단지가 첨단 산업의 세계적 클러스터를 꿈꾸는 대한민국을 향해 담대히 내딛는 첫 발자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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