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이 국가원수모독?…文의 탈권위 막는 '친문'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1.02.23 05:11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5.12.21.
문재인 대통령만 거론하면 발끈하며 '예의'를 들고 나온다. 친문(親文) 정치인과 지지자들 얘기다. '탈권위'를 강조해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떠올리면, 어색한 모습이다.


文대통령 '1호 접종' 주장에 "국가원수 모독"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의문점이 붙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문 대통령이 직접 해소하라는 취지였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며 "국가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기밀이고 보안 사항이다. 초딩 얼라(초등학교 아이)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마시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먼저 맞으면 국민들 제쳐놓고 특혜라고 주장하고, 사고라도 나면 고소해 할 것인가"라고도 했다.


'국가원수 모독'이 여기서 왜 나와


야당의 비판은 '국가원수 모독' 표현에 모인다. 정 의원 말대로 '건강이 기밀인 국가원수'는 나중에 맞아야 할 정도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위험한 것이냐는 지적으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국민은 대통령의 기미상궁이 아니다", 김용태 전 의원은 "국민이 솔선수범해 백신을 접종하고, 안전이 검증되면 대통령께서 맞아야 하나"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백신 우선 접종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방역 종사 공무원이 '접종 1순위'임을 밝히면서도 "만약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서,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되고, 뭔가 솔선수범할 상황이 된다면, (우선 접종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나는 국민이 실험용이라는 말을 꺼낸 적도 없고, 상상한 적도 없다"며 야당 비판에 "비열한 정치 공세"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 챙기는 친문


친문 인사들의 문 대통령 언급에 대한 '발끈'은 처음이 아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2019년 3월 시정연설에서 외신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한 것을 두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국가원수모독죄"를 언급했다. 민주화 이후 사라진 죄명을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문재인의 복심'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야당을 향해 "대통령에게 무릎 꿇으라고 한 게 누군가"라고 소리쳤다. 우리 공무원의 북한군 피살 사건과 관련해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2020.12.13/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작년 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친문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을 쓴다'며 들고 일어났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유치하다"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정치인뿐만 아니다. 강성 지지자들도 문 대통령에 '예의 없는 자' 색출에 바쁘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가 수첩을 든 모양을 두고 '손가락 욕'이라는 억측이 나왔다. 한 개그맨은 문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정작 노무현-문재인은 탈권위


친문 그룹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앞세우지만 정작 문 대통령은 '탈권위 리더십'을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가짜뉴스'를 경계하면서도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는 참여정부 역시 '탈권위' 정치에 앞장섰다. 특히 두 대통령의 '닮은꼴' 발언은 친문 세력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배경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꼼수정당 미래한국당과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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