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통사고도 의사면허 취소되니 파업 불사…사실과 달랐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안정준 기자 | 2021.02.22 16:09

(종합)형사입건은 사망·도주·특례 11개항 사고에만 해당…일반적인 과실사고는 미해당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현재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직무와 무관한 사고로 의사 면허를 잃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의료 총파업'도 불사하겠단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사망·뺑소니 등 11개항 사고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통상적 교통사고로도 의사면허를 잃을 수 있다'는 의협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일반 교통사고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공소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경미한 과실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적용받는다.

형사입건은 사망·도주·특례 11개항 사고에만 해당된다. 중대한 과실이나 중상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도 일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아 가중 처벌되는 유형이 있다.


경찰 "일반 교통사고는 특례법 처리…형사처벌 대상 아냐"


특가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일명 '민식이법'이다.

이번에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과 '민식이법' 적용을 함께 받을 경우 의사인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거나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어린이를 다치게 해 금고 이상의 처벌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민식이법' 시행 직후 약 6개월여간 접수된 사건 216건 중 기소비율은 37.5%로 사건의 절반 이상이 검찰 단계에서 종결됐다. 검찰 조사 후 운전자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고의 경우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는 통상적인 '교통사범'의 기소율이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사진제공=뉴스1



보건복지부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대부분 벌금형…타 직종과 형평성 맞춰야"


정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상세 설명에 나서며 사실 바로잡기에 나섰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백브리핑을 통해 "여러 사례를 검토해 보니 (교통사고의 경우) 의도적이고 악질적인 경우만 실형이 나왔다"며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면허 두번 적발 후 또 무면허 사고를 일으키고 친구와 바꿔치기를 한 사례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10개월 실형을 받았다"며 "일반적인 교통사고는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정책관은 "전문직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어느정도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변호사와 회계사는 이미 지정이 돼 있는 사안"이라며 "전체 직종과의 형평성과 함께 진료를 보는 의료인의 특수성도 고려한 사안으로 의료인만 과도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의료법 개정안은 권칠승·박주민 등 의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각각 발의한 8건의 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병합해 만든 대안이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에는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제외되며, 형에 따라 규정된 기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

복지위는 이 법안을 제안한 이유로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는 실정으로,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오는 26일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총파업까지 언급한데 대해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등을 저지른 일부의 의사 때문에 전체 의사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이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박탈하지 못하게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변호사)는 "의협이 '파렴치한 성범죄자가 마취된 환자를 수술하는 것도 옹호한다'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이 법제이사는 "의료계는 범죄의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형에 최소한 선고유예만 받더라도 면허가 취소되는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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