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세계 각 국과 기업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도 아직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과 기회비용을 감안했을 때 삼성이 단독으로 투자를 진행하기보다는 인수합병(M&A)이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기회를 만들 것이라 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랑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나 스마트폰용 반도체에 비해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로운 반면 수익률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 정도로 그 규모도 작다. 운영 중인 생산라인의 품목을 바꾸기도 어렵다. 제품 양산까지 걸리는 기간을 포함한 비용 손실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품귀 현상이 빚어진 차량용 반도체를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차에 대한 투자와 연결짓기도 어렵다. AI와 5G를 바탕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에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 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요즘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와는 성능에서 차이가 크다.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M&A나 협력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2023년까지 전략적 M&A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4조원으로 국내외 시설 투자금을 제외해도 M&A에 투입할 여력이 충분하다.
후보로 언급되는 업체는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다. NXP는 그동안 M&A 대상으로 여러차례 언급됐다. 2018년 퀄컴이 440억달러(49조9000억원 상당)에 인수하려다 무산됐을 당시 NXP가 삼성전자에도 협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NXP는 BMW·포드·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당장 빅딜 결단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M&A에 '2023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이 부회장의 수감 기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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