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감성'은 옛말…'줄이어폰'의 찐감성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21.02.20 12:00

[킥킥IT!]

KT의 OTT 서비스 '시즌'에서 공개된 웹드라마 '심야카페 시즌 3'의 한 장면. 주인공들이 무선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사진=KT 시즌 캡처

"에어팟 나눠껴서 서로 떨어져있는 것 봐, '줄이어폰'이었으면 반절은 더 붙어 있었다!"

19일 KT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Seezn)에서 공개된 웹드라마 '심야카페 시즌3'의 한 장면에 대해 한 트위터리안이 남긴 한줄 평이다. 고등학생인 남녀 주인공이 무선 이어폰을 나눠끼고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는 장면이었다. 고교생의 풋사랑을 묘사한 장면인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유선 이어폰을 쓰던 시절보다 애틋함이 덜하다는 평이다.

에어팟 등 무선이어폰이 시장을 점령한 최근 10~30대 밀레니얼·Z(MZ) 세대들은 오히려 '줄이어폰(유선이어폰) 특유의 감성'에 찬사를 보낸다. 2~3년 전만 해도 '감성템(감성+아이템)'의 대명사로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꼽혔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줄이어폰 특유의 간질간질함"


최근 SNS상에서 '줄이어폰'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선 이어폰이 대세이던 시절을 추억하는 반응이 이어진다.

주로 '줄이어폰' 옹호론이다. 무선 이어폰이 보편화되면서 편리한 점도 늘었지만 꼬인 전선을 풀어가며 음악을 듣던 시절이 정감있었다는 반응이 많다.

한 누리꾼은 "줄이어폰을 친구나 좋아하던 사람과 한 쪽씩 나눠끼던 간질간질함이 있지 않았냐"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면 사실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되기 때문에 정감이 덜하다"고 했다.

이어폰 한 쪽은 늘어트리고 한쪽만 귀에 꽂은 특유의 무심함이 멋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한 누리꾼은 "유선 이어폰을 쓸때는 줄이 엉키는 것이 귀찮았는데 지금은 이어폰 전선이 축 늘어지는 것 자체도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의 무선이어폰과 유선이어폰. /사진=백지수 기자


"'줄이어폰'이라니, 원래 그게 이어폰이었어."


오히려 무선 이어폰에는 없는 유선 이어폰만의 편리함이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매번 배터리 용량이나 블루투스 연결을 체크할 필요도 없고 귀에 꽂고 있다 빠져도 한 쪽만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는 것이다.


'줄이어폰 시절'이 비교적 짧은 10대들은 이를 '혁신'으로 보기까지 한다. 에어팟을 쓰던 고2 아이가 줄이어폰 쓰는 사람을 보고 "충전도 안하고 케이스도 필요없고 별다른 작동 없이 간편하게 쓰더라, 인간은 과연 진화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는 한 트위터리안의 전언도 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줄이어폰'이 아니라 원래 그게 '이어폰'"이라며 단호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 트윗은 19일 오후 기준 2만4000여회 리트윗, 9500여회 좋아요(하트)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공감을 샀다.


무선이어폰 "흔해져"…MZ세대 사로잡은 유니크함


무선이어폰의 전성시대인 현 시장 상황과는 대조된다. 지난달 12월 발간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무선이어폰 시장 보고서(Hearables-TWS Market Tracker)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전 분기 대비 24% 성장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아예 유선 이어폰을 못 쓰는 분위기다. 애플은 지난해 말 출시한 아이폰12 기본 구성 품목에서 이어폰을 뺐다. 지난달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S21 패키지에도 이어폰이 포함되지 않았다.

무선이어폰이 흔해지니 유니크함을 좇는 MZ세대들에게는 줄이어폰도 일종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필식 IT전문작가는 "기술도 패션처럼 일정한 시간을 두고 돌고 돈다"며 "MZ 세대 눈에는 줄이어폰도 일종의 '레트로 패션'처럼 여겨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 기기에서 유선이어폰 단자가 사라지면서 줄이어폰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레코드판(LP판)이 15~20년의 공백을 깨고 유행하면서 다시 LP 플레이어 생산이 늘어나는 것처럼 언젠가 다시 복고 열풍이 불면 유선이어폰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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