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더 쉬운데…여전한 '남녀공용탈의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1.02.20 04:30

불법촬영 불안 떠는데 여전히 '공용' 많아…어떻게든 만들면 되는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돈을 벌려면 일해야 했다. 일하려면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그러려면 탈의실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필 남녀가 같이 쓰게 돼 있었다. 싫었을 게다. 내키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 선택지는 없었다. 돈을 벌려면 일해야 했으므로.

직원은 탈의실에 들어갔다. 옷을 갈아 입었다. 20대 남직원 외투에 놓인 휴대전화가, 자신을 찍는 줄 꿈에도 몰랐다. '불법 촬영'이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그렇게 찍은 불법 촬영 영상이 100여개, 피해자가 20명에 달했다.

'남녀 공용 탈의실'서 또 다시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또 맥도날드였다.

그런 표현을 쓴 건, 과거에도 맥도날드서 유사 범죄가 있었단 뜻이다. 2016년에 벌어졌었다. 경기 군포 맥도날드 매장서 20대 남직원이 공용 탈의실에 휴대전화를 설치했다. 10대 직원 두 명이 피해를 입었다. 4년 뒤 벌어진 불법 촬영 범죄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막지 못했다.



생(生)을 끊게한, 남녀 공용 탈의실 '불법 촬영'



맥도날드 뿐만이 아녔다. 그간 '남녀 공용 탈의실'에서 벌어진, 불법 촬영 말이다.

2018년엔 커피전문점 커피빈 탈의실에서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남녀 직원이 같이 썼었다. 20대 남직원이 탈의실 사물함에 휴대 전화를 놨다. 2017년엔 서울 강남 한 병원 공용탈의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범인은 남성 간호사였다.

그로 인해 귀한 생(生)이 끊어지기도 했었다. 전남 순천에선 30대 남자 임상병리사가 동료 직원들을 불법 촬영했다. 그 역시 남녀 공용 탈의실이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불과 네 달 뒤 결혼할 예정이었다.



전문가 "남녀 공용, 불법 촬영 더 쉬울 수밖에"



왜 '남녀 공용 탈의실'에서 불법 촬영이 반복됐을까. 전문가들은 '남녀 공용'이라 범죄를 저지르기 더 쉽기 때문이라 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을 하려면 최소 두 번(설치·회수)은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는 건 범죄자에게 '위험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남녀 공간이 분리돼 있다면 그게 당연한 일. 그래서 여자 분장을 하고 저지르는 범죄도 있다.


그러나 남녀 공용이면 거리낄 게 없단 얘기다. 오 교수는 "공용 탈의실이면 언제든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불법 촬영을 하기 더 쉬운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남녀 탈의실을 혼용한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여전한 '남녀 공용 탈의실'…"공간 없다"며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일터에 '남녀 공용 탈의실'이 있었다. 고깃집·카페·패스트푸드·영화관·병원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 공용 탈의실을 쓴다고 제보해 왔다. 매일 옷을 갈아 입으니,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단다.

그들은 불안해 했다. 영화관 직원 A씨(22)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탈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서 일하는 B씨(18)도 "심지어 탈의실을 쓸 공간이 있음에도, 분리해 만들지 않는다"며 "최대한 빠르게 옷을 갈아 입는다"고 했다.

공용 탈의실을 배치한 가게 중 몇몇 곳에 이유를 물으니 대다수 "공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직원 생각은 달랐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서 일하는 직원 C씨(20)는 "테이블을 더 치우고서라도 탈의실을 만들면 되는데, 의지가 없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스무살 알바생, 이소중씨 이야기


배려 없는 이들을 위해, 남녀 공용 탈의실을 쓴다는 한 분의 인터뷰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소중씨(20·가명)는 알바생이다. 그는 햄버거 가게서 햄버거를 만든다. 일한 지 2개월째다. 이젠 제법 능숙해졌다.

이씨가 일을 시작한 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울서 생활하느라 비용이 많이 든단다. 그러니 집에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산다.

좋아하는 건 뛰는 것. 그는 "돈은 안 들고, 운동은 많이 되어서"라고 웃었다. 떡볶이와 순대볶음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즐긴다. 가고 싶은 곳은 프라하. 지금은 여유가 없지만, 돈을 모아서 가겠다고 했다. 스냅 사진도 찍을 거란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스무살, 이정호씨·신수연씨(가명)의 소중한 둘째 딸. 그냥 알바생이 아니라, 귀하디 귀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부디 고민해주기를. 이들 삶이 행여나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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