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여전히 일본의 경제보복 사정권에 있는 만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 전략과 함께 양국간 수출규제 완화 협의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규제 관련 회의는 총 2차례(2월, 3월)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회의의 경우 3월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위한 준비회의인 것을 감안하면 양국은 사실상 단 한 차례만 만난 것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전면 제한했다. 지난해 6월 한국은 WTO DSB(분쟁해결기구)에 일본을 제소했고 이를 문제삼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했다.
일본은 현재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불화수소 수출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러는 사이 SK머티리얼즈는 5N(99.999%)급 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에 성공하고 삼성전자는 불화수소 재사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국내 산업계에 '탈(脫)일본' 속도가 붙었다.
그럼에도 12N(99.9999999999%)급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 업체가 약 70% 차지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최근 일본 내각에서 '비한(非韓) 3원칙'(돕지 않고, 가르치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팽배한 것에 비춰봤을 때 다른 핵심 소부장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돌릴 수도 있다.
산업부는 '소부장특별법' 전면개정, 특별회계 신설 등 '소부장 2.0 전략'과 함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안팎에서는 산업부의 대응이 다소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일본산 전자부품 수입액은 66억달러(약 7조2800억원)로 전년보다 8.9% 증가하는 등 대일 의존도가 여전한데 수출규제 재개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우선이지만 경제는 가급적 분리해야 양국에 피해가 없다"며 "일본 정부도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 측면에서 기존 조치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부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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