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간들의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투명방음벽과 건물의 미관을 높이기 위한 유리외장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건물의 유리외장은 주변 환경을 그대로 비추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반면 새들은 시속 36~76km의 고속으로 비행하는데다 눈이 옆에 붙어있어 거리감이 둔하다. 바로 앞에 방음벽, 유리창이 있어도 일찍 감지하고 피하지를 못하고 충돌하고 만다. 인간을 위한 투명방음벽과 건물유리외장이 새들을 죽음과 큰 부상으로 이끄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썬팅필름협동조합(이하 조합)이 투명 유리에 부딪쳐 죽어나가는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버드가드를 개발했다. “처음부터 조류충돌’저감‘이 아니라 조류충돌’방지”가 목표였다. 그래서 더 엄격한 기준과 기술적 진보를 적용했다. 이제까지 조류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를 부착해 새들이 유리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맹금류 스티커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남겼다.
한국썬팅필름협동조합은 새에게 좁은 터널을 통과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작은 새의 크기를 감안해 6mm 크기의 점을 5×5cm의 격자무늬로 배열한 패턴을 개발해 버드가드에 적용했다. 5×5cm는 새들이 비행 중에 인지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이다. 또 점(프리트 패턴)은 자외선을 반사하는 메탈을 조성 배합하여 주야간으로 자외선(UV)을 반사하는 기능까지 더함으로써 투명유리창을 벽으로 인식하도록 해 새들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높였다. 패턴으로 인한 시야방해가 없어 시인성도 높고 비·바람, 기온변화 등 날씨에 강한 PET원단을 사용해 내구성도 확보했다.
그 결과, 조합은 최근 국내 최초로 미국조류보호협회(ABC, American Bird Conservancy)로부터 ‘버드가드의 조류충돌기능’인증 받았다. 국내에도 환경부가 설정한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관련제품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제품의 성능 평가 방안과 평가기관이 없다. 그래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ABC가 부여하는 조류충돌방지 인증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ABC인증은 터널테스트를 통해 회피지수(AI) 70점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류충돌방지필름 ABC인증은 조류충돌방지제품의 개발기준이자 숙원과제였다."며 "앞으로도 조류충돌방지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류충돌방지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미국ABC에 제품을 보내서 테스트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기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소요가 됩니다. 조합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소청리에서 조류충돌방지 제품 성능 평가를 위한 국내최초 '조류충돌방지 터널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인천대 생명과학부 이종구 교수와 국가철새연구센터의 도움을 받아 3일간 터널테스트을 진행했다.
한국썬팅필름협동조합은 이번 터널테스트 경험을 살려 조류충돌방지 제품의 성능평가를 위한 국내 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아시아지역으로 평가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류충돌방지제품의 품질 향상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 국내 조류충돌방지 제품의 해외 수출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류충돌방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계기로 야생조류의 생명을 지키려는 생태계보호, 환경보호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