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팔았네" 개미 원성에도…10조 던진 연기금의 해명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21.02.13 07:21

[연기금 사상최장 순매도, 왜?] < 4 >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증시가 하락했을 때 오히려 연기금이 들어가야할 수도 있다. 무작정 들고만 있을 순 없다. 나중 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해야 할 때 국내주식 비중만 과도하게 높으면 그 때의 시장충격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연기금 관계자)

연기금의 국내주식 최장 매도를 두고 반발이 빗발친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32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서 하루도 안 빠지고 판 셈이다. 매도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일군 코스피 3000을 연기금이 발목잡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연기금 상당수는 국내 증시 호황으로 주식 평가액이 커지면서 기존에 짜둔 자산배분 비중에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기금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래 시장 충격 완화·인구 노령화로 인한 기금 고갈 등을 고려할 때 해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기금의 공공적인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해외 주식 늘리고 국내 주식 줄이는 국민연금…왜?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흥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9. yesphoto@newsis.com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가운데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2016년 20.0% △2017년 19.2% △2018년 18.7% △2019년 18.0% △2020년 17.3% △2021년 16.8%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중기 자산배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말까지 15% 내외로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반면 해외 주식 비중은 △2016년 13.1% △2017년 15.4% △2018년 17.7% △2019년 20.0% △2020년 22.3% △2021년 25.1%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말에는 35% 내외까지 늘린다.

해외투자 확대 방침은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 자산배분안(2021년~2025년)'을 통해 정해진 사안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는 SAA(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향후 5년간 포트폴리오의 목표 자산 비중을 결정한다.

다만 목표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실질적 펀드매니저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가 TAA(전술적 자산배분)를 통해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SAA와 TAA의 목표비중 이탈 허용 범위는 ±2%, ±3%로, 최대 5%포인트까지 움직일 수 있다.

연기금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리 연도별 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정해놓고 해당 범위 안에서 조정하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이 국내 주식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판다기보다, 평가금액이 늘어나 정해진 비중 한도를 초과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비판 지점은 '국내 주식 축소'에 방점이 찍힌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보다 해외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증시 연기금 비중 너무 높다…"연못 속의 고래"


우선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게 이유다. 지금처럼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시장 영향 등 때문에 적극적인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지난해 11월 807조원)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 합산 약 2500조원)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국민연금 기금의 1%(8조원)만 운용해도 국내 증시 시총의 0.3%가 움직이게 된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연못(국내 증시) 속의 고래(국민연금)'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전세계 시가총액의 1~2%되는 점을 고려하면 16%가량 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을 보더라도 국내 투자 비중이 낮은 경우가 상당하다. GPIF(일본공적연금), 국민연금과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GPFG(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모든 자산을 자국이 아닌 해외에 투자한다. 1300조원이 넘는 운용 자산에 비해 노르웨이 시총(274조원)이 작은 탓이다.

4096억달러(453조원)을 굴리는 CPPIB(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캐나다 증시 시총은 2조6651억달러(2950조원)으로 한국 시총(2500조원)보다 높지만, 해외 주식·대체투자 등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2040년이면 적자되는데…"시장 충격 올라"


삽화_tom_증시_국민연금_주식_개미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자금 고갈 시기를 대비한 시장 충격 완화도 고려 요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오는 2039년 1431조원으로 정점에 달한 뒤 이듬해인 2040년부터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모든 적립금은 2054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가입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주식·채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만약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을 높였다가 이때 대량 매각을 한다면 오히려 증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연기금 등은 자산 현금화 과정에서 시장 충격이 올 수도 있고, 이를 예상한 외국인이 먼저 이탈하는 등 증시붕괴(멜팅다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해외 증시는 워낙 시장이 큰 만큼 매도하더라도 영향력이 흡수될 수 있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공공성' 고려해야…"민간 펀드 시각에 머물러"


그러나 연기금의 국내 주식 축소에 대한 반박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이 지닌 '공공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류영재 대표는 "세계 시장 대비 국내 시장 비중을 고려할 때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원칙에만 입각한 민간펀드 운용자의 시각"이라며 "초대형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자국 중심적 투자를 통해 단순 수익률 차원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에 맞다"고 지적했다.

18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연금 GPIF(일본 공적연금)가 대표적이다. GPIF의 국내 주식 투자비중은 25.28%로 해외 주식(25.36%)과 맞먹는다.

향후 자산 매각으로 인한 증시 붕괴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류 대표는 "과거 30년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연평균 10%를 넘은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붕괴 우려는 과하다"며 "국내 민간 금융자산도 시총 규모와 비례해 증가한다면 국민연금 물량의 매수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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