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폭탄' 상승장 발목잡는 연기금…"30조 더 남았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 2021.02.13 07:11

[연기금 사상최장 순매도, 왜?] < 2 >


국내 증시의 큰 몫을 담당하는 연기금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가 급등한 이후 기존에 정해놓은 자산배분 비중을 맞추기 위해 초과분을 파는 것이다.

여기에 연기금이 올해 추가로 30조원 이상을 추가로 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연기금의 매매를 둘러싼 잡음이 생기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지난해 12월24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10조813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23조7817억원)의 45.5%에 달한다.

2009년(28거래일 연속) 기록을 뛰어넘어 무려 32거래일 연속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3조5270억원), SK하이닉스(6441억원), 현대차(6279억원), LG화학(6261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주 위주였다.

이같은 사상 최대 규모 순매도에도 여전히 매도 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주식 비중이 다른 자산에 비해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다.

연기금에는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을 의미한다. 이들은 각각 미리 자산배분계획을 설정한 뒤 가격 변동에 따라 비중을 맞춘다.

비중이 가장 큰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주식 17.3%, 해외주식 22.3%, 국내채권 41.9%, 해외채권 5.5%, 대체투자 13.0% 등으로 자산별로 목표 비중을 정해두는 식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지난해 11월말 기준 19.6%로 이미 목표치를 약 2.3%포인트 넘어섰다는 점이다. 결국 12월 추가로 약 1조8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 상승 랠리도 이어지면서 초과 폭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주식 비중은 이보다 더 작은 16.8%로 줄어든다. 기금 규모가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추가 순매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코스피 수준이 유지된다면 올해 6월 초까지 연기금의 추가 순매도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코스피200 지수의 수익률이 12.5%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도 보유 주식의 주가가 상승해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초과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무원 연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주식(직접+위탁) 비중이 약 21.0%였다. 같은 해 3월(17.9%), 10월(18.8%) 등에 비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올해 목표치(18.5%)를 맞추기 위해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으로 증시가 상승했는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기금의 매매 행태를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갈수록 줄이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올해 16.8%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5% 내외까지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약 9조원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은 올해 18.5%에서 2025년 10.0%, 23조원 규모의 사학연금도 18.6%에서 14.5%까지 낮추기로 했다. 만약 코스피가 꾸준히 상승할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나눠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이 비중을 완벽하게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해 상황에 따라 최대 5%p까지 이탈할 여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미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올랐다는 점에서 기존에 정해놓은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계속 매물을 내놓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리 세워놓은 메커니즘에 따라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주가가 과하게 오르거나 떨어졌을 때 이를 진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연기금은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해 3월 한 달 만에 3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구원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국내주식 비중이 줄어 정해진 자산 배분에 맞게 이를 조절했다는 얘기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기금이 사전에 정한 운용 방향을 따를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금 무리하게 국내주식 비중을 늘렸다가 향후 연기금 규모가 감소하는 시점이 다가올 경우 증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의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여기서 국내주식 비중을 더 늘리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진다"며 "향후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시점이 오면 시장에 충격을 미치면서 국내 증시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전세계 시가총액의 2% 정도 되는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다"며 "지금이야 기금 규모가 늘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한국 주식을 계속 늘리는 것도 향후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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