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1년간 'OECD 산재 사망' 최악? 통계가 틀렸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이창명 기자 | 2021.02.09 05:00

[MT리포트]중대재해처벌법 이대론 안된다(上)

편집자주 | 지난 1월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통계와 사망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기업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경영자에 대한 처벌 부터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망 현황과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전 예방에 대한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OECD 산재사망 한국이 1위?…부실통계가 '오명' 불렀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율 1위 대한민국'

'21년 동안 OECD 산재 사망율 1위 국가'

늘 산업재해 논란이 일 때마다 나오는 헤드라인이다. 이름만 들어도 부끄러운 이런 통계가 사실일까. 이 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점검했던 SNU 팩트체크("한국은 세계 최악의 산재국가")에서도 이 뉴스를 점검하면서 '한국은 OECD 최악의 산재국가'가 맞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머니투데이가 1975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제노동기구(ILO),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의 통계를 종합 조사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같은 논란은 2009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위탁용역 의뢰한 한 보고서에서 기준이 다른 데이터를 잘못 인용한 통계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출처 링크: ILO 치명률 통계, https://ilostat.ilo.org/topics/safety-and-health-at-work/
정치권은 전세계에서 가장 부끄러운 'OECD 산재사망 1위' 기록을 가진 한국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EO에 징역형을 강제하는 더 강력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산업재해 사망자와 부상자를 줄이는 것은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나 국민 모두에게 최대의 과제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반기업정서의 반감이 반영된 정책이 산업현장에서 산재 사망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지 의문이다.

◇OECD 37개국 모두 다른 산재사망 기준=재계나 노동계의 산업 재해 통계 전문가들은 각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을 상대비교해 통계 순위를 내는 것 자체가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의 기초가 되는 조사 시기와 대상, 모집단이 기준이 같아야 하는데 각국 산업재해 통계의 기준이 모두 달라 상대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윤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산재 통계 기준이 다 달라서 OECD 기준 산재사망 순위를 매기는 것은 현재 통계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례로 우리나라 산재사망 통계는 산재보험 가입자 중 산재승인을 받은 사람으로 한정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에 가입한 공무원과 군인, 교사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미국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공무원, 영내 군인까지 포함한 통계다. 자영업자를 넣는 나라가 있고, 이를 빼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산재 사고 후 1년 내 사망자여야만 산재통계에 넣는 국가도 있다.

한국과 멕시코·뉴질랜드는 출퇴근시 교통사고(통근재해)를 산재에 넣지만, 일본·네덜란드·노르웨이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업무상 질병을 넣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등 천차만별이어서 통계의 통일성이 없다. 따라서 상대비교가 불가능하다.

시민단체인 건강노동연대 관계자도 "ILO의 치명율 기준과 우리 고용노동부의 사망율 기준이 달라 일률적으로 순위가 어떻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명율과 사망률은 비슷한 개념으로 노동계는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율이 OECD 내에서 1~3위권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정확한 것은 노동부 통계를 참조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OECD 회원국가의 산업재해통계 산출방법/자료출처=OECD 국가의 산업재해 및 사회 경제활동 지표 변화에 관한 비교연구(김수근 안홍엽 이은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당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탁 용역보고서 2009년

◇한국 산재 사망율은 몇위?=굳이 순위를 따진다면 지난달 31일 ILO가 업데이트한 '10만명당 치명률(Fatal occupational injuries per 100'000 workers)을 보면 알 수 있다. ILO의 치명률은 10만명당 산업 재해로 인한 개인상해, 질병·사망 등 치명적인 산업 재해율을 말한다. 우리 노동부의 산재 사망만인율은 사망자수에 요양 중 사망자수를 포함한 것이어서 차이가 난다.

ILO 10만인 치명율 1위는 논란과 달리 한국이 아니라 콜롬비아(2015년 기준, 18명)다. 뒤를 이어 멕시코(8.2명, 2015년), 터키(7.5명, 2016년), 미국(5.3명, 2018년), 한국(4.6명, 2019년 기준) 순이다.

각국이 ILO에 보고하는 방식이나 데이터의 연도가 차이가 나 동일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콜롬비아는 2015년, 우리나라는 2019년이 최근 데이터다. 37개 OECD 회원국이 보고한 가장 최근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5위라는 얘기다. 5위가 결코 자랑스러운 순위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OECD 산재 사망 1위국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

붉은색이 해당 연도의 치명율 1위 국가다./사진제공=통계청 OECD 국가 연도별 10만인 치명율 추이, 관련 링크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308_OECD

또 '21년간 OECD 사망율 1위'라는 일부의 보도와 달리,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OECD: 치명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0년~2018년까지 29년 중 우리나라는 1994년(34.1명)과 1995년(30.8명) 등 2회를 제외하곤 한 번도 1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 기간 동안 터키가 20번, 체코가 3번, 미국이 2회 멕시코 1회, 콜롬비아 1회다.

미국이 1위를 한 2017년(5.3명)과 2018년(5.3명)은 자료가 공개된 국가가 37개국 중 8개국으로 비교 대상이 많지 않아 의미 없는 순위이지만 공개된 나라 중에서는 미국이 가장 높다.

◇한국 10만인 산재 사망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통계청이 정리한 IL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만명당 치명율은 1994년 34.1명으로 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9년 19.6명으로 10명대로 내려왔고 다시 2006년엔 9.6명으로 한자리수대로 떨어졌다. 치명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5.8명에서 2019년에는 4.6명까지 내려와 25년간 86.5% 하락했다.

자료출처: 29년간의 한국 10만인 치명율 추이. 관련 링크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308_OECD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홈페이지 'CEO메시지'를 통해 "공단 창립 당시 노동자 10만 명당 33.5명이나 되던 사망자를 4.6명(2019년) 수준으로 낮췄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망율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부의 사망만인율(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산재 사고사망과 업무상 질병 사망자까지 포함)은 2016년 0.96명까지 떨어졌다가 2017년(1.05명)과 2018년(1.12명)으로 반등했다. 사망 인원수로는 1777명까지 내려갔다가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으로 늘었다.

이는 2017년 9월 '추정의 원칙' 도입과 2018년 1월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같은 해 7월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 확대 등 산재 신청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 영향이 컸던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분석했다.

산재 사망사고자도 2019년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지난해 27명 늘어 다시 소폭 반등해 경보음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2020년 산재사고 사망자는 882명(산재 사고 사망자만)으로, 전년보다 27명 늘어 다시 증가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산재사고 사망자는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이었다.

그래프 위쪽은 2009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용역의뢰한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비교 연구 보고서'의 10만인 사망율. 그래프 아래 쪽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OECD: 치명율). 1994년까지만 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두 그래프가 급격히 차이가 벌어진다. 이는 같은 의미의 10만인 사망율 통계가 다르게 인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논란이 됐던 2006년 용역보고서는 10만인 사망률이 20.99로 OECD 중 1위라고 하지만, 통계청 데이터에는 9.6으로 3위다. 관련 링크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308_OECD


◇OECD 1위 오명은 어디서 왔나?=여러 통계로 볼 때 OECD 산재 사망율 1위의 숫자는 1995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 이후에도 OECD 산재 사망율 1위로 언급한 것은 2010년 4월 25일 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였다.

해당 보도는 200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비교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2006년 말 현재 한국의 산업재해 사고사망 10만인율(10만명당 사망율)이 20.99명으로 21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영국(0.7명)의 30배, 2위인 멕시코(10명)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반면 통계청과 노동부가 ILO에 보고해 통계에 적용한 10만인치명률은 9.6명이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고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통계자료(LABORSTA)를 활용해 1975년부터 2006년까지 OECD 30개국의 산재사망률을 비교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분석보고서로 여기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요양 중 사망자도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국가간 상대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기술했는데 보도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산재 사망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사대상 국가의 산업재해 지표를 산출하는데에서 모든 국가를 동일한 기준에 의해 산업재해가 정의되거나 조사되지 않은 점을 보정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보고서 저자들(김수근 안홍엽 이은희)은 보고서에서 "업무상 질병, 통근재해, 근로자 범위, 조사방법에서의 차이를 고치지 못해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국가 간의 비교나 앞으로 산업재해를 예측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데이터는 노동부의 '산업재해분석(업무상 질병까지 포함)' 사망자를 근거로 한 10만인율을, 다른 나라의 데이터는 ILO 기준(업무상 질병 제외국이 많음)'을 적용해 통계의 왜곡이 많았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최종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선임위원은 "2006년 OECD 10만인 치명률 데이터로 한국이 가장 많은 20.99명이라는 통계를 인용했으나, 국가통계포털에는 당시 10만인 치명율이 9.6명으로 격차가 2배 가까이 난다"며 통계로서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노동부 산업재해분석에 포함된 사망만인율(재해 질병 사망까지 포함)과 ILO 10만인 치명율(재해 사고사망자 중심)을 혼용한 결과로, 2019년을 예로 들면 사망만인율의 기준이 되는 사망자 수는 2020명이고, ILO 10만인 치명율의 기준이 되는 사망자수는 855명이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질병사망자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사망율이 크게 높아지는데 2009년 보고서에는 한국은 사망만인율(곱하기 10배)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은 10만인 치명율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에게 전화와 메일로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지역별 요양재해율비교도. 탄광지역인 강원도가 1을 넘어 상대적으로 높다./사진제공=고용노동부
◇정확한 통계가 산재 사망자 줄인다=산업재해의 통계가 다양하고 일관되지 못함에 따라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산업재해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와 함께 구조적인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행정당국은 근본 사고 원인을 찾는 대신 산업안전 위반사항 중심으로 처벌에 주안점을 둔 대응만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엄벌주의로 기업이 지키지 못할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감독관만 늘리고 시스템은 그대로 뒤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잘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산재예방에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실명을 직접 쓰는 것을 원치 않은 노동단체 관계자도 정확하고 신속한 사고 통계를 통해 예방 효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사고의 통계 발표 시기가 너무 늦고 정확한 정보제공도 되지 않는다"며 "교통사고는 매일 발표하면서 산재 사망자는 분기별로 발표하고 정보의 접근성도 떨어져 산재 예방과 처벌에 비효율적인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타업종의 300배 산재 사망율 광업…사실은?


2020년 9월 27일(현지시간) 촬영된 항공 사진에 중국 충칭의 송자오 탄광이 보인다. 송자오 탄광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사고가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17명이 갱내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은 가스 연소로 탄광 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를 분석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광업이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산업재해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사망재해자는 2020명이며 이 중에서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855명,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는 1165명이다.

사망재해 유형은 뇌·심혈관질환이 503명, 진폐 402명, 떨어짐이 347명, 끼임 106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망만인율(만인율은 백분율인 %와 달리 아래에 oo을 두개 더 붙인 ‱로 표기)은 1.08‱이며 2018년도 1.12‱에 비해 0.04‱포인트 줄었다.


특히 광업의 산재 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 전체 산재 사망만인율의 300배 정도다.
2019년 전 산업의 사망만인율은 1.08 ‱인데 비해 광업은 365.5 ‱(광업 사망자 406명)다. 광업에 종사하는 1만명당 지난해 365.5명(2019년 광업 사망자수는 406명)이 사망했다는 의미다.

대한석탄공사 산업안전 담당 관계자는 "통계를 보면 2019년 석탄 광산 등 광업 분야에서 400여명이 돌아가셨다는데 맞느냐"는 기자의 질물에 "엉터리 통계수치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자료출처: 고용노동부 지역별 요양 재해율 비교도. 2019년. 과거 탄광 지역이었던 강원도의 요양재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석탄공사 사업장에서 1명을 포함해 다른 민간 탄광을 포함하더라도 5명이 넘지 않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2019년 1만 1108명의 광업 종사자 중 40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발표인데 이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현장의 직접적인 사고, 17명)와 산재 사망자(질병을 포함한 사망자 406명)의 차이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다.

이 통계에는 30년전인 1990년대 문을 닫기 시작한 강원 폐광지역 4개시·군(정선, 태백, 영월, 삼척)에서 진폐증에 걸려 고통받은 산재 환자들이 장기간의 투병 후 사망한 산재도 포함돼 있다.

수십만명의 광부가 사라지면서 산재사망율의 분모는 줄었는데, 분자인 사망자수는 오랜 기간의 늘어나면서 뒤늦게 사망통계에 반영돼 타 업종보다 300배 가량 높은 사망만인율을 보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 담당자도 "당해 사망자와 오랜 요양 끝에 돌아가신 분들의 산재보험 인정시기가 같으면 통계가 같은 해 들어가는데, 여기에서 통계 수치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단순한 숫자만으로 문제의 심각성 정도를 알기 힘들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처벌을 강화하기에 앞서 문제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자료출처: 2019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분석

광업 외에도 노동부에서 조사하는 80개 업종 중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건설업이다. 2019년 총 사망자(2020명-질병 사망자 포함) 중 건설업이 전체의 25.59%(517명, 사망만인율 2.08‱), 제조업이 24.36%(492명, 1.22‱), 광업이 20.1%(406명, 365.50‱)를 차지했다.

건설업 사망자 중 근속연수가 1년 미만 사람이 83.2%(430명)인데 반해 광업은 6.7%(27명)였다, 반면 10년 이상 근속자 중 사망자는 건설업은 2.3%(12명)인데 비해 광업은 73.4%(298명)였다. 제조업 사망자 중 근속연수 1년 미만이 27.4%(135명), 10년 이상 근속자는 31.1%(153명)였다.

건설 근로자는 근무 초기 사고로, 광업은 오래 근무 이후의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제조업은 숙련도 등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사고의 분포가 나타나 각 업종별 특성에 맞는 산재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출처: 2019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분석현황.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과로사는 개인질병으로 보며, 뇌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당뇨,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은 산업재해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우리는 이를 포함해 통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산재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산재 통계에서 빠진 부분도 많아 우리나라가 산재1위국이라는 오명은 맞다"면서도 "현재 산업재해 통계는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나 경영계 모두 현재의 산재 데이터는 산재율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확성을 높여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출처: 고용노동부 2019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 중.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중대재해법 불러온 산재 사망자·신청자 통계 뜯어보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매년 1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절반 감축'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산재 예방과 감독에 주력해왔다.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이었던 산재사고 사망자는 2019년 855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는 등 줄어드는 듯 보였다.

◇증가로 돌아선 산재 사망자, 중대재해처벌법 부메랑

지난해 1월에는 사업주 처벌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잠정 집계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882명으로 전년도 855명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4월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과 같은 예고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사업주 책임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리 공백도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021년 산재사망사고 감축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작년의 경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점검 감독이 많이 미진해 목표만큼 사망 사고를 감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산재 사망자 목표를 705명으로 잡았다. 산업재해 사망자수 절반 감축 목표는 현재로선 달성이 어려워진 셈이다.

◇적용 사업장 확대 등 여건 변화에 산재 신청도 급증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신청 건수 역시 2017년 11만3716건에서 2018년 13만8576건, 2019년 14만7678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산재 신청이 늘어난 것은 △추정의 원칙 도입(작업기간 노출 등 기준 충족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 확대 등 근로자들의 산재 신청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산재보험은 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1964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사용하는 대규모 광업 및 제조업 분야에만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 2018년 7월엔 비정규직이든 일용직이든 관계 없이 근로자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등 고용 전분야로 적용이 확대됐다. 최근엔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최근 산재 신청자 수 증가는 기업의 관리 부실 탓 이라기 보단 산재 보험 신청을 둘러싼 여건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산재 발생시 기업들이 산재 사고가 발생한 사업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 경우 관리부처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되고, 업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기업들이 100% 부담하게 돼 있는 산재보험료율이 오르는 것은 덤이다.

더욱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내년부턴 산재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 대한 처벌까지 더해지는 등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용관 변호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과실에 대한 직접 책임이 없는 자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있다"면서 "과실로 인한 처벌의 경우 대체로 벌금형이라는 점을 볼 때 지나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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