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년" 수면제 없으면 잠 못이루는 취준생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 2021.02.03 16:02

코로나19로 취업난 장기화, 중증 우울 증상 호소하는 청년들
"경제적 자립 어려워지며 무기력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늘었다. 연이은 취업실패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올 상반기에도 취업할 자신이 없다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년 넘도록 취업 안 돼…중증 우울 증상 호소하는 청년들


3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청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구직 중인 29세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울감을 조사한 결과, 구직 기간이 1년 넘은 취준생의 우울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척도검사(CES-D)로 점수화한 응답자의 평균은 23.2점, 구직 기간이 1년 넘은 응답자는 평균 25.9점을 기록했다. CES-D 점수는 21점 이상이면 중등도의 우울 증상, 25점 이상이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중증 우울 증상으로 분류된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정윤씨(가명·27)는 지난달 병원에 들러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코로나19로 1년 반 넘게 취업을 하지 못하며 불면증을 앓고 있어서다. 이씨는 "내가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이 오질 않는다"며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동두천에 살고 있는 윤동환씨(29)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주요 기업 및 공공기관 열 곳 이상에서 탈락하며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한 기업채용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후엔 무기력증에 빠져 잠시 공부를 쉬기도 했다. 윤씨는 "경제적 자립에 대한 압박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알바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전문가들 "불안한 사회분위기 영향도 있어"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장은 얼어붙었다. 지난달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65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만8000명 줄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 65만8000명이 감소한 후 가장 큰 규모다.

이에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리는 취준생도 많아지고 있다. 졸업유예를 하고 1년간 사기업을 준비하던 김지혜씨(26)는 최근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김 씨는 “마음이 불안하다보니 리스크가 적은 직업에 눈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불안정한 사회분위기가 청년들의 스트레스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분석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수시채용이 늘고, 문닫는 중소기업들이 늘며 청년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의학 교수도 "연이은 경기침체 소식 등이 청년들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코로나19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들을 위한 심리 상담센터 등 관련기관들을 꾸준히 홍보해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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