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에 놀란 카이스트…신성철 총장 "킬러로봇 안돼"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21.02.03 15:43
KAIST가 3일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온라인 방식의 '대학 총장 정상회의(KAIST Summit)'을 개최했다. /사진=카이스트 유튜브 채널 캡쳐

2018년 인공지능(AI) 킬러로봇 개발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신성철 카이스트(KAIST) 총장이 "킬러로봇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신 총장은 3일 카이스트 개교 50주년을 맞아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세계 대학 총장 카이스트 서밋'(summit) 토론에서 '독일, 일본 등 대학에서 AI 기술이 군사적 목적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카이스트는 지난 2018년 민간 방산업체와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를 열면서 AI기술관련 윤리논쟁을 촉발시킨 바 있다.

세계 로봇학자 50여명은 AI 기술이 군비경쟁 가속화와 킬러로봇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카이스트와의 공동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 총장은 당시 "우리는 인간의 의미있는 조종이 없이 작동하는 자율무기 등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어떤 연구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렵게 논란을 진화했고, 보이콧도 결국 철회됐다.

당시 논란을 의식한 듯 신 총장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킬러로봇은 등장하면 안 되며, 그것이 윤리적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 총장은 토론 과정에서도 AI 기술의 윤리적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딥러닝, 뇌과학, 빅데이터,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AI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자율주행과 드론, 음성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로보 사피엔스(생각하는 로봇)는 어디에나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이라며 "호모 사피엔스는 암기나 계산, 신체능력 등에서 로봇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로보 사피엔스와의 공생을 위해 창의력, 공감, 통찰력, 지혜같이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했다.

신 총장은 "AI 로봇이 가져올 수 있는 어두운 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윤리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디지털 장비를 조작함에 있어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가르쳐 줘야 하며, 카이스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윤리를 필수 과목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라파엘 라이프 MIT 총장 역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술발전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AI기술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한 대학의 사회적 역할도 화두였다. 라이프 MIT 총장은 "기초과학 연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라며 "모더나가 갖고 있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은 1970년대 MIT 연구진이었던 필립 샤프 교수의 기초연구를 토대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 MIT 총장은 "올리브 나무를 심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올리브 나무를 심는 것뿐"이라며 "기초과학 연구는 바로 올리브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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