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현장에 있던 SK하이닉스 인사들을 통해 복기한 최 회장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성과급과 관련해 안타깝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좀 더 공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 자책도 해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는데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선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을 구성원들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 구성원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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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깜짝 발언…2만8000여 직원에게 10만원씩?━
최 회장은 이날 준공식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SK하이닉스 노조 조합원 20여명이 성과급 관련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한다. 최 회장이 이유를 물었고 "성과급 때문"이라는 보고가 올라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만 "최 회장이 시위 현장을 보고 연봉 반납을 즉흥적으로 말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최 회장이 반납하기로 한 SK하이닉스 연봉은 3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미등기임원 151명 중 1명으로 2019년 급여와 상여금, 성과급을 합해 2019년 3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받은 보수가 17억50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춰 지난해 총 보수가 2019년 연봉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억원을 SK하이닉스 임직원 2만8000여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줄 경우 각자 10만원가량씩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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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턱없이 적다"…더블스코어에 뿔난 직원들━
보기에 따라 적지 않은 성과급일 수 있지만 동종업계 경쟁사나 협력사에 비해 낮게 책정된 성과급률이 불씨가 됐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SK하이닉스의 PS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47%(기본급의 940%)를 받았다. 위에서 사례로 든 연봉 6000만원 직원의 경우 삼성전자에서는 282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단순 비교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18조8100억원, SK하이닉스가 5조126억원으로 상당히 벌어지지만 직원수(삼성전자 약 5만명·SK하이닉스 약 2만8000명)나 시설투자 규모(삼성전자 32조9000억원·SK하이닉스 9조9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성과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날 정도는 아니라는 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요지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이번보다 부진했는데도 삼성전자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전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초 PS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이 연봉의 29% 수준 OPI를 받은 점을 고려해 기본급의 400%(연봉의 20%)에 해당하는 특별기여금을 지급했다.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7~2019년에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률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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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늘었어도 목표치 미달 땐…복합 방정식━
비슷한 사례로 올초 삼성전자에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18조8100억원을 거둔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연봉의 47%를 OPI로 받은 반면, 영업이익 11조4700억원을 거둔 스마트폰(IM·IT&모바일) 사업부 직원들과 영업이익 2조원대로 추정되는 TV(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직원들은 최고 한도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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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4년차 산정방식 공개질의…"공감대 형성에 미흡"━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라는 지수의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할 수 있는지, 불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또 매년 EVA만큼 지수달성하면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을 최대 기본급의 몇%까지 지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얘기와 배부른 소리라는 얘기가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이 직원들의 사기와 직결되는 인센티브 제도라는 점에서 사측이 성과급을 결정하거나 통보하는 부분에서 공감을 구하는 데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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