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식탁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식품원자재인 곡물, 축수산물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인건비 등 기타 비용 상승이 누적되면서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 아직은 우호적인 환율 영향이 있지만 곡물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환율 흐름도 바뀔 경우 제품가격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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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콩·계란·옥수수…안 오른게 없는 식자재━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쌀 등 재배면적이 줄어들며 구조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품목들과 지난해 작황 부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과일, 채소 등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치며 계란 가격도 급등 중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신선식품 가격 뿐 아니라 식품원자재로 만드는 가공식품 가격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미 연초 가격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1일 부로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등 음료 가격을 인상한 이후 풀무원이 콩나물, 두부 가격을 인상했고 샘표식품과 동원F&B가 통조림 가격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도 1일자로 칠성사이다 등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오뚜기는 즉석밥인 오뚜기밥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외식업계에서도 롯데리아가 햄버거 등 제품 25종 가격을 100~200원씩 올렸고 뚜레쥬르도 빵 90종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비용과 인건비 등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요 식품기업의 원재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의 원가율은 평균 76%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밀, 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인 20~50% 가까이 오르고 인건비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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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원유값 인상도 예정…맥주·우유·아이스크림 값도?━
일반적으로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재고를 3~6개월가량 확보해 두는데 곡물가 인상이 길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우호적인 환율 영향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대비 5.6% 하락한 수준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격 상승세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환율 흐름이 바뀔 경우 원가부담은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2분기 이후 가격 인상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밀이나 콩, 계란 등이 주 원료인 라면, 빵 등의 제품 가격 움직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1위업체가 가격인상을 단행한 두부와 햄버거 등의 제품도 경쟁사들의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오는 3월 맥주와 막걸리의 주세 인상이 예정돼 있고 8월 원유값 인상도 예고돼 있어 하반기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맥주, 막걸리 주세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 세율을 높이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0.5% 오를 예정이다. 또 원유가격도 리터당 21원(2.3%)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맥주, 막걸리 가격과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제품 가격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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