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냄새나 화물 엘리베이터 써" 강남 아파트, 갑질 가장 많았다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 2021.02.01 11:28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최근 서초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음식 배달원에게 화물 엘리베이터를 탈 것을 아파트측이 종용했다. 이유는 냄새가 나 엘리베이터에 음식 냄새가 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청담동의 한 아파트는 배달원들의 오토바이 출입을 막았다. 시간이 중요한 배달서비스 업체의 노동자 사정은 아랑곳 않고, 입구부터 수백미터를 걸어서 배달하라고 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음식배달 등의 주문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배달노동자에 대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갑질' 사례 관련 불만도 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가 지난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배민라이더스 등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 조합원 400여명에게 설문한 결과, 서울에서만 최소 81곳이 도보 배달 강요 등의 갑질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81곳 중 강남구 아파트가 32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8곳)가 그 뒤를 이었다. 영등포구 7곳, 용산구 6곳, 강동구 5곳, 송파·양천·동작·마포구 각각 4곳, 성동구 3곳, 중구·광진구 2곳이다.

이에 배달서비스지부는 2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 앞 에서 '모든 노동은 소중하다. 13만 배달 라이더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주제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빌딩 문제 해결요구 및 국가인권위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배달서비스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음식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배달 라이더가 13만을 넘어섰고 쿠팡이츠, 배민커넥터 등의 배달노동형태에 등록된 인원은 25만을 넘어 섰다"며 "배달 노동은 코로나 시기 사람들의 언택트 생활을 보장하고 바쁜 일상을 메우고 있지만, 배달 노동 이용자에 대한 편리함 뒤에, 배달 라이더들은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고급 아파트와 빌딩에서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일부 아파트와 빌딩에서는 배달 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출입 시 헬멧을 벗을 것을 강요하고 있고, 심지어 패딩을 벗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신분증 이나 소지품을 맡기고 건물을 출입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왜 그래야 하냐?'는 배달 라이더의 질문에 '패딩 안에 흉기를 숨길 수도 있다'는 등의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입주민의 편리를 이유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건물의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및 도로를 배달 라이더만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배달 라이더만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하거나,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니게 하는 등의 차별행위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배달서비스지부는 "배달 노동을 하는 라이더에겐 배달 시간이 곧 임금"이라며 "특히나 점심, 저녁 등 배달이 집중되는 시간,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애쓰는 라이더들이 있는데 건물 내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고, 지상 도로의 이용을 금지해 배달 라이더에게 경제적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에 맞는 경제적 보상은 없는 실정"이라며 "지하 주차장만을 이용해야 하는 아파트의 경우, 비 오는 날 미끄러운 지하주차장으로 사고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달서비스지부는 "더욱 분노하는 만드는 것이 이런 노동권, 인권의 침해가 고급아파트, 고급빌딩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하는 이런 사회적 편견은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이 만들어낸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노동은 소중하고, 존중돼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와 빌딩의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선안을 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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