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습지, 물 그리고 생명

머니투데이 홍정기 환경부 차관 | 2021.02.02 05:10
/사진제공=환경부

국제사회는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2월 2일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매년 주제(슬로건)를 정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제는 ‘습지, 물 그리고 생명(Wetlands, Water and Life)’이다.

습지는 물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모든 생명의 근간이 되는 곳이다. 올해 주제는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습지에 대해 관심을 더욱 높이기 위해 습지와 물, 생명의 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의 습지는 자연이 스스로 보충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되면서 숲보다 3배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인구증가, 도시화, 무분별한 물소비, 기후변화는 습지에 견딜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습지의 소실과 물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습지 보전, 훼손된 습지복원, 과도한 지하수 취수 중단, 담수원 정화 및 효율적인 수자원 이용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당장 물 부족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습지는 인류와 자연이 함께 유지될 수 있도록 오염정화, 식량제공, 생물서식공간, 자연재해 조절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전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습지보전 역사도 어느덧 25년이 되어간다. 창녕 우포늪과 대암산 용늪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져 1997년 습지보전국제협약(람사르협약)에 가입했고, 1999년에는 습지보전법을 제정했다. 현재 제주 동백동산 습지 등 46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습지보전 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두 가지 성과를 이뤘다.

첫 번째는 습지의 정의는 항상 또는 잠시라도 물에 젖어 있거나 잠겨있는 지역으로 호수, 늪, 못, 하천, 하구 등을 말하는데 그간 법에 포함되지 않았던 하천을 ‘습지보전법’의 습지 정의에 포함한 일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습지 2499곳 중 1025곳에 달하는 하천습지를 보전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 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주광역시 장록습지다. 이곳 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은 대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국내 최초 도심형 습지보호지역으로 개발과 보전 간의 이해관계자 갈등이 컸으나 시민단체, 지자체, 중앙정부가 다 같이 노력해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낸 모범 사례다. 도심에서의 보호지역 지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그간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환경부는 습지 보전에 다양한 접근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계획이다. 먼저 우리나라 습지의 탄소저장 기능을 평가해 습지 보전의 가치를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도 재조명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탄(泥炭)습지는 같은 면적의 숲보다 두 배 많은 탄소를 저장하며, 염(鹽)습지 또한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감소, 재해 등의 문제를 자연(습지)에 기반해 해결책을 찾는 모범 사례도 만들 예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에 있는 한탄강 상류에 배후습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 하천은 멸종위기종 두루미를 비롯한 여러 새들이 찾아오는 철새도래지로 비가 많이 내리면 주변 농경지가 자주 물에 잠기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들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야생생물의 먹이터이자, 강, 하천, 습지 등 온전한 생태축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습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생태적 기능이 잠재된 곳이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습지의 의미를 되새기고, 습지 보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사회 곳곳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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