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이재용 욕됨을 참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21.02.01 01:30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2017~2018년에 이어 두 번째 구속입니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그는 앞으로 사면 등의 조치가 없는 한 내년 7월까지 남은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살아야 합니다.
 
인욕(忍辱). 욕됨을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감옥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치욕스러움의 연속입니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들어가면 교정당국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몸에 있는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들여다보고 뒤지는 것입니다. 이동할 때면 늘 수갑을 차고 밤에 잠을 잘 때도 전등불을 켜둬야 합니다. 밥과 반찬은 ‘식구통’이라는 개구멍 같은 곳을 통해 받아먹습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일수록 치욕스러움에 몸을 떨지만 그럴수록 본인만 힘듭니다.
 
이 부회장은 징역을 1년 살아봤기 때문에 충격이 덜하겠지만 한편에서는 감옥살이의 욕됨을 너무 잘 알기에 이번에는 제발 구속을 피해달라고 기도했을 것입니다. 치욕을 견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울먹였습니다. 이런 그의 소박한 꿈을 이루려면 지금의 치욕을 참아내야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일은 사법부의 판단을 별개로 하면 정치권력에 의한 기업인의 희생입니다. 뇌물사건이 아니라 뇌물강요 사건입니다. 이 부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외부인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운영했습니다. 무노조경영 폐기와 노동3권 보장을 약속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했습니다. 그런데도 재판 결과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이 부회장 재판은 본질이 정치재판입니다.
 

불원천불우인(不怨天不尤人). 세상 누구도 진심을 알아주지 않지만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들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 최소 구속은 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한 부정여론이 고조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없던 일로 해버린 재판부가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재판부의 말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한 변호인단과 그룹 참모들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초 삼성 총수는 그런 자리입니다. 엘리트 참모가 무수히 많지만 정작 쓸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를 안고 삽니다. 이 부회장은 여기에다 외로움이라는 십자가까지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운명입니다.
 
화복상의(禍福相倚). 화와 복은 서로 의지합니다. 부자가 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늘 골치 아픈 일이 생깁니다. 어떤 일이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는 전적으로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 감옥살이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감옥살이의 불편함이 이 부회장을 깨어 있게 할 것입니다. 몸이 갇혀 있다고 마음과 정신까지 갇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회장이 옥중 메시지를 통해 자신은 수감 중이지만 계열사들이 투자와 고용창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고 뒤이어 삼성전자가 콘퍼런스콜을 통해 대형 M&A(인수·합병)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먼지에 동참합니다. 글로벌 1등 기업의 총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감옥에서 평범한 보통사람들과 하나가 됩니다. 이것이 근본과 합치되는 것이며 수양하는 사람의 표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삶이 힘든 것은 그가 삶을 잘못 살아서가 아닙니다. 그가 지금 겪는 고통스러운 경험이 실패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두 번의 추운 겨울과 한 번의 무더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내년 7월 만기출소 때까지 잘 버텨야 합니다. 행여 가석방을 위해 정치권력에 사면을 구걸해서도 안 됩니다. 감옥살이라는 게 하루가 3년 같지만 재소자들의 말처럼 징벌방에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법무부 시계는 돌아갑니다. 이 부회장 스스로 다짐했듯이 겸허하게 자신을 성찰하면 1년6개월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새로운 삼성’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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