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목록 중 '북한원전 건설' 문건이 포함된 배경에는 북한 전력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하루평균 전기공급시간이 1~2시간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삭제된 에너지협력 관련 문건이 작성된 때는 2018년 5월로 남북이 해빙무드를 보이던 시점이라 협상카드의 일환으로 준비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8일 국내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 3명이 감사원 감사 전날인 2019년 12월1일 업무용 컴퓨터에서 파일 530개를 지운 것으로 봤다. 특히 삭제파일 중에서는 북한 원전건설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이 삭제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해당 문건이 작성된 때는 2018년 5월로 북한 전력난 해소를 협상카드로 삼으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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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전능력 한국의 6% 수준━
실제로 북한은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북한 총 발전설비 용량은 8150MW다. 남한 설비용량(수력+화력+원자력) 12만5338MW(메가와트) 대비 6.5% 수준이다. 문건이 작성된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북한 8150MW, 남한 11만9092MW로 6.8%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 등을 제외하더라도 남한 전력생산 능력이 약 15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실제 발전량은 차이가 더 벌어진다. 2019년 기준 북한 총 발전량은 238억kWh(키로와트시)를 기록했다. 남한 발전량(수력+화력+원자력) 5630억kWh와 비교하면 4.2% 수준이다. 2018년에는 남한 대비 북한 발전량이 4.3%를 기록했다. 유엔(UN)과 미국의 북한 제재로 석탄과 원유 등을 확보하지 못해 보유한 설비도 충분히 가동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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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전력난 더 심각…북 이탈주민 78%, "하루 1~2시간만 전기공급"━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전력난은 더 심각했다. 정부가 2016년 탈북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북한 전력상황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평균 전기 공급시간이 1~2시간에 불과했다는 응답이 78%로 가장 많았다. 3~5시간은 6%, 30~1시간이라는 응답도 4%를 기록했다. 하루 대부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매일 공급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 평균 전기 공급일을 묻는 질문에 16~20일이 31%로 가장 많았다. 11~15일이라는 응답도 26%를 기록했다. 26~30일이라는 응답은 4%, 매일 전기가 공급된다는 응답은 1%였다.
전기 공급설비 노후화도 심각하다고 조사됐다. 탈북 주민들은 송전선 노후화와 변전소 설비노후, 부품 부족이 심각한 전력손실을 불러온다고 답했다. 주민생활이 어려워 송전선을 잘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해 전력상황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설문자 전원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석탄과 석유, 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전력상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응답도 나왔다.
산업부의 북한원전 관련 문건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전력제공 관련 분석을 진행한 결과물로 보인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원료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원료비 부담이 적고 전력생산단가가 낮은 원전건설을 검토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건 제목만 보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라며 "실제 정책이 추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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