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담배와 주류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당정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야권에서 '반(反)서민 정책'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반발 여론이 들끓자 물러선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정부가 담뱃값을 8000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술에 대해서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담배와 술은 많은 국민들께서 소비하고 계시는 품목으로 가격문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며,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단기간에 추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더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하지 않도록 언론과 충분히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해명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태스크포스) 제2차 회의'에서 "담배와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실에서도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추진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담배가격 인상과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계획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는 물론 여당의 입장을 다시 밝힌 만큼 잘못된 보도로 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 정책위의장의 '담뱃값' 발언은 다소 뜬금 없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TF 회의는 이익공유제와 영업제한 손실보상제도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홍 정책위의장도 이를 고려한 듯 발언 전 "한가지 TF와 관련 없는 것인데 밝힐 것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그만큼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담뱃값 논란은 전날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담뱃값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고,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등 가격정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4500원인 국내 담뱃값은 OECD 평균 담배가격인 7.36달러, 약 8000원 수준으로 뛰게 된다.
파장은 컸다. '국민 건강' 보단 '꼼수 증세' 목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민들은 코로나19(COVID-19)로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이 와중에 담뱃값과 술값마저 올린다고 하니 참 눈치도 없고 도리도 없는 정부"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코로나 사태로 속이 타는 서민들이 담배로 위안 받고 소주 한잔으로 위안 받는 시대에 그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확보 할려고 하는 반 서민정책이 바로 이런 서민 착취 증세 제도"라며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됐다. 박근혜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자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문 대통령은 '꼼수 증세'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유세 현장에서 담뱃값 인상에 불만을 표하는 당원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담배 규제 강화와 주류 소비 감소 유도가 필요하다던 복지부는 결국 하루 만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물러섰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담뱃값 인상폭 및 인상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가격정책의 효과, 적정 수준 및 흡연률과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연구 및 검토를 사전에 거쳐야 할 사항으로 당장 단기간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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