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강요 말라"…'전남대 성추행' 불기소에 화난 여성들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1.26 12:14

여성단체, 광주지검 정문서 항의 기자회견…법조인도 참여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시대 역행" 주장…항고장 접수도

(사)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회원 50여명은 26일 오전 10시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전남대 산학협력단 강제추행사건 무혐의 처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1.1.26.© 뉴스1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요구하는 검찰을 규탄한다."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 성 비위 사건'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역 여성단체를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일부 법조인들까지 가세하면서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사)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회원과 최희연 광주여성민우회 대표, 김정희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고소인의 대리인 김수지 변호사 등 50여명은 26일 오전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전남대 산학협력단 강제추행사건 무혐의 처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희연 광주여성민우회 대표는 "우리는 코로나19 정국 속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남대 성 비위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에 화나서 이곳에 나오게 됐다"며 "검찰은 가해자가 얼굴을 만진 유력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얼굴을 만지면 추행이고, 만지지 않았으면 추행이 아닌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이 사건의 전후 맥락에서 추행의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다른 판례를 보더라도 차고 넘친다. 검찰은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판단을 내렸다"며 "피해자가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제자리로 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피해자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정희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피해자가 느낄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뿐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 감정을 포함한다"며 "검찰이 입체적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각에서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뒤 이들은 '이제는 검찰이 성인지 감수성을 장착할 때', '수치심은 가해자에게 물어라' ''회식은 있었는데 위력은 없었다?' 등이 적힌 피켓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이후 고소인의 대리인 김수지 변호사는 광주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김수지 변호사는 "추행 행위와 추행 의도에 대한 판단은 고소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돼야 하는 데 검찰은 추행 행위 이전 고소인의 행동을 기준으로 추행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검사는 고소인이 직접 불쾌함을 표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불기소 결정의 이유로 들었는데, 정작 불쾌감을 표시한 사정이 없다는 것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의 특성임에도 검찰은 이러한 판단을 간과하고 말았다"면서 "다분히 '피해자다움'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2월 2일 전남대학교 앞에서 교육부의 통보에 대한 산학협렵단 징계 처분 등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열릴 기자회견은 앞서 교육부가 이 사건과 관련, 대학 인권센터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며 인권센터 직원과 위원 등 10여명에게 징계와 경고 처분을 하라고 대학 측에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 성 비위 사건'은 전남대에서 10년간 근속한 정규직 연구원 A씨가 2019년 12월26일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들의 송년 회식 자리에서 B과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B과장이 자신을 강제로 끌어당겨 성추행을 했고 이를 학교 측에 알리며 두 차례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모두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건 발생 10일 뒤인 지난해 1월6일 B과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을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했고 이에 아무런 조치가 없자 나흘 뒤인 10일 산학협력단장에게 B과장의 타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두 차례 요청에도 대학 측이 조처를 하지 않자 A씨는 지난해 1월14일 대학 인권센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다.

대학인권센터 운영위원회, 인권센터 성희롱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 산학협력단 징계위원회 등은 신고인 A씨와 피신고인 B과장, 참고인 동료직원 C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했지만 '허위신고와 무고'로 결론 내렸다.

인권센터 성희롱 성폭력방지대책위는 재조사 요청에 따라 조사소위원회 위원을 전원 교체하고 다시 조사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를 산학협력단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이후 A씨는 B과장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추행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불기소 송치했고, 검찰 역시 '추행은 아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