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모르는 사람 험담…대법 "명예훼손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1.01.24 13:08
대법원 전경© 뉴스1
친한 친구에게 그가 잘 모르는 사람에 관해 험담한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적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5월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자신의 애인 C씨를 고용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임금을 가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친 뒤 전화가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B씨는 A씨가 같은 자리에 있던 D씨에게 자신의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

친구 D씨가 '누가 전화를 걸었느냐'고 묻자 A씨는 '이혼한 사람이다', '(직원 C씨가) 애인(B씨)과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을 들은 B씨는 이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A씨 측은 피해자인 B씨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은 맞지만 이름이나 얼굴을 아는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또 D씨와 친한 친구사이이기 때문에 들은 얘기를 다른 곳에 알릴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고의적으로 허위발언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발언의 전파 가능성이나 공연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가볍다는 등의 이유로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 지나면 선고하지 않는 판결이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C씨가 친한 친구라는 점에서 발언을 다른 곳에 전파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발언을 듣는 상대방이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으면 비밀이 보장될 수 있어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최근 판례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씨가 사무실에서 발언을 할 당시 D씨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라며 "A씨와 D씨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A씨의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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