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 후속편…"3번 살릴 기회, 모두 놓쳤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1.01.24 07:29
[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2021.01.05. mangusta@newsis.com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 시스템 등을 살폈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지난 23일 밤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정인이 사건의 후속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정인이를 구할 수 있는 3번의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3차 신고는 일반인이 아닌 소아과 전문의가 한 신고로, 정인이를 학대 부모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 신고를 한 전문의는 "입안에 상처가 있었는데 엄마한테서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에서는 다른 소아과에서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아이를 돌려보냈다.

현장에 출동한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긴급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관할서인 양천경찰서는 정인이 사망 후 조사를 위해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동학대 의심 1차 신고는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인이에게서 다수의 멍을 발견해 신고했고, 지역 아동보호기관에서 경찰에 의뢰했다. 하지만 양천경찰서는 내사 종결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이 "아이를 키우다보면 멍이 생기기도 한다"고 하면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관은 "안전 모니터링으로 별도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으나 양부모와 직접 면담한 횟수는 극히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신고는 지난해 6월 한 신고자가 차에 홀로 방치된 정인이를 발견해 정확한 위치를 말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14일 만에 위치를 특정해 "당시 신고자의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기를 원치 않아 했고,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시스템 문제점을 다시 드러냈다.

이에 경찰청 측은 "3차 신고까지 모두 다른 관할서에 배정됐다"며 "학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인정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인이 사건 방송 이후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7년 전 비슷한 사례인 '이서현 보고서'가 이미 존재하고,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법이 없어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법안 통과보다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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