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기업용 무선통신 계열사인 KT파워텔을 매각한다.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 이후 추진해 온 그룹 사업재편의 일환이다. 통신 부문 계열사 매각은 처음이다. '통신' 간판과는 상관없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사업 위주로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기존 통신사업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당당하고 단단하게 변화하겠다"며 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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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취임 첫 사업정리…무선통신 계열사 KT파워텔 매각 결정━
KT파워텔은 산업용 무전기 등 무전통신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KT의 계열사로 2010년 연매출이 127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LTE(4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이동통신) 등으로 급변한 이동통신 시장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2019년 매출액은 627억 원까지 줄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무전통신 서비스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사실상 독점해왔던 무전통신 서비스 시장에 SK텔레콤이 가세하면서 수익성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KT파워텔은 지난해 주력사업을 무전통신에서 IoT(사물인터넷)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KT는 유무선 통신사업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KT파워텔 매각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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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회사 첫 매각, '합병·분사' 등 구조개편 잇따를듯 ━
앞서 KT는 지난해 11월 말엔 T커머스 선도사업자인 KTH와 모바일 쿠폰 강자인 KT엠하우스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커머스 분야에 강점을 지닌 두 계열사를 합쳐 KT의 신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 상거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KT파워텔 매각을 두고 KT 내부에서도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채·황창규 회장 등 전임 CEO들이 계열사를 사고 팔 때도 통신 서비스 부문 자회사들은 본업(통신)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통신사업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미래 수익성 위주로 계열사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통신 서비스' 간판 여부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KT가 KT서브마린과 KT텔레캅 등도 매각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구조 개편은 KT파워텔 매각을 시작으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 대표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통한 가치 재평가를 준비 중"이라며 올해 구체적인 그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KT 안팎에선 핵심 통신사업 외에 미디어 커머스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분사, 계열사 정리 작업 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현재 KT엔 44개의 계열사가 있다. 통신 계열 그룹사 15개를 빼면 나머지가 약 30여 곳이 비통신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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