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자제해 주세요"…한국사시험 양보 권유에 뿔난 수험생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이강준 기자 | 2021.01.22 15:36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사이트.

내달 6일 예정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코로나19(COVID-19)로 고사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험 접수에 차질이 생기자 수험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관사 국사편찬위원회(국편위)의 응시 자제 문자에도 추가 접수 기간인 이날 역시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22일 국편위는 오후 1시부터 오는 25일까지 제51회차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대해 추가 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오후 1시에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사이트는 또다시 일시적으로 '먹통'이 됐고, 수도권 대부분의 고사장은 '마감' 표시를 띄워 놓은 상태다.

올해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이 국가직·지방직 7급 공무원 공채 시험 등 각종 채용시험에 필수 서류가 되자 이번 회차 시험엔 10만명 이상의 수험생이 몰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추가 고사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각 지역 고사장은 금세 마감됐다.



3시간 반 걸려서 시험 신청했는데…"양보해달라" 허탈한 수험생


/사진=카카오톡 캡처

시험 접수 첫날인 지난 11일에도 시험 응시 사이트는 한동안 마비됐다. 수험생들은 몇시간씩 기다려서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시험 신청을 했다. 공무원 취업 준비 카페엔 "제발 (응시)취소자가 나와달라"는 글이 쏟아졌다.

이에 국편위는 지난 20일 응시생에게 "코로나19로 시험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업·승진·진학 등을 위해 이번 회차 성적이 꼭 필요한 분들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접수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국편위 양보 권유 메시지에 수험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A씨(24)는 "이번 시험에 접수하기 위해 3시간 반을 썼는데 응시를 자제하라고 하니 화가 났다"며 "이번에 시험을 포기하면 다음번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공기업 지원을 위해 시험 접수를 했다는 대학생 B씨(22)는 "몇시간을 기다려 시험에 접수한 수험생들에게 양보하라는 공지는 말이 안 된다"며 "서버와 고사장 증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C씨(29) 또한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6개월 정도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고, 2시간을 기다려 시험 접수를 했다"며 "취업문도 좁아졌는데 응시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니 어이없고 허탈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국편위 "추가 고사장 확보 어렵다…결시율 18%도 고려"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시험 접수조차 실패한 수험생들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추가접수 기간 만을 기다렸다. A씨는 "함께 공무원을 준비하는 다수의 친구들이 접수에 실패해 추가접수 기간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편위는 추가 고사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편위는 "추가 접수 기간엔 취소 인원만큼만 접수가 가능할 것"이라며 "고사장 주변에서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각급 학교에서도 장소를 대여해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불가피하게 '응시 자제'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명이다. 국편위는 "이번 시험이 방학이라 어린 학생들도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무원, 공공기관 채용시험이나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회차에서 결시율이 18%에 달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시험장에 가보면 빈자리가 굉장히 많은데, 그 자리에 꼭 시험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해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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