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 전문가?…소설 전체 베낀 남성 ‘5개 문학상’ 수상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1.01.18 11:02

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통해 “내 소설 전체 무단 도용”…베낀 남성, 소설·사진 등 표절 의혹 잇따라

/사진=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캡처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남성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모두 수상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김민정 작가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전말이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 소설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고, 도용한 분이 지난해 5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에 따르면 베낀 작품은 거의 ‘복붙’(복사해서 붙이는) 수준이었다. 구절이나 문단의 일부를 베낀 수준이 아니라, 소설을 그대로 갖다 붙였을 정도로 등장인물의 알파벳이나 콤마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똑같았다.

이 남성은 심지어 일부 문학상에 제목까지 ‘뿌리’로 투고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잇따라 받았다.

김 작가는 “단 몇 줄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이라며 “내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15년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도 일부 문장과 모티프 등에서 발견된 유사성이 문제가 된 사안이었다. 문학계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출판사와 작가는 사실상 사과를 발표했다.

김 작가는 “내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내 분신과도 같은 글”이라며 “투고자 개인의 윤리의식뿐만 아니라 문학상 운영에서의 윤리의식도 필요하다”며 수상을 결정한 문학상 주최 측의 소홀한 검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작가의 소설을 도용한 남성은 소설뿐 아니라 사진 등 타인의 창작물도 도용해 각종 대회에 출품, 수상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남성은 한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적은 없지만 매일 밤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문학적 갈증을 해소했다”며 “앞으로 소설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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