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 고된 인생역정 담은 자서전 발간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1.14 16:02

강제노역, 사회적 외면, 기나긴 법정투쟁 담담히 풀어

양금덕 할머니 자서전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와 김성주·김정주 자매 할머니 자서전 '마르지 않는 눈물' 표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 제공) 2021.1.14/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0대 어린 나이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돼 일제 강제노역 피해를 겪은 할머니들의 삶이 담긴 자서전 2권이 발간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양금덕 할머니의 삶을 담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와 김성주·김정주 자매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마르지 않는 눈물'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일제 말기 10대 어린 나이였던 할머니들은 일본인 교장이나 담임 선생의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수 있다"는 꾀임에 속아 일본으로 갔다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이들은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본에 다녀왔다"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가정불화를 겪는 등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뒤늦게 용기를 낸 할머니들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를 무릅쓰고 일본정부와 일제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명예회복을 위한 일본 소송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이들은 일본 소송에서는 실패했지만 일본정부가 내놓은 후생연금 99엔을 새로운 싸움의 불씨로 삼았다.

이후 할머니들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광주와 서울에서 소송에 나섰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지만 일본정부의 방해로 판결 이행을 둘러싼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해,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지금까지 장장 29년째 법정투쟁에 매달리고 있다. 김성주·김정주 할머니 역시 일제로부터의 한을 풀기 위해 투쟁에 나선 지 20여년 안팎이다.

할머니들은 자서전에 일본에 끌려간 경위, 일본 현지에서 겪은 지진과 미군 공습에 대한 공포, 해방 후 겪어야 했던 또 다른 아픔, 그리고 거듭된 좌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고된 인생여정 등을 담담하게 풀었다.

이번 도서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접할 수 있는 교양도서 하나 없는 실정에서 여자 근로정신대 문제를 이해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할머니들의 삶은 우리의 굴곡진 근현대사의 단면이다"며 "일제에 빼앗긴 세월을 되찾기 위해 싸워 온 피해자들의 고난에 찬 역정은 일본 제국주의 범죄를 고발하는 인권투쟁의 역사이자 장엄한 인간 승리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서전 발간은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재단'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한 온라인 모금 캠페인에 564명이 직접 기부, 9384명이 참여기부자로 힘을 보태 1000만원을 마련했다.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에서도 30만엔(316만원)의 마음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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