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 절대선' 맹신, '위헌 논란' 3%룰 낳았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 2021.01.17 09:50

[theL][기업법분석-개정 상법 3%룰②]상법 3%룰 출발 전제부터 틀렸다…소액주주 실체 제대로 봐야

3%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모습./ 사진=뉴스1


위헌성 짙은 개정 상법 3%룰이 도입된 것은 정치권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를 잘못 전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는 거대 악, 소액주주는 선량한 소시민'이라는 공식 아래 공생관계여야 할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적대관계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소액주주는 '동학개미'뿐만 아니라 대형 자산운용사와 기관, 펀드 등 다양한 경제주체로 구성돼 있다. 또 일반적으로 소액주주들은 경영선진화보다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소액주주를 등한시해서는 안 되지만,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그들의 권익을 떠받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룰이 선진경영 촉진? 현실은 정반대로 갈 듯


개정 상법에 도입된 3%룰은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영향력을 넘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기존 상법과 달리 사외이사 선임 단계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지분을 끌어모은다면 대주주를 압도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싸고 대주주의 재산권과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훼손해 위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3%룰의 취지는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하게 해 선진경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위원회는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들로 채워지는데, 기존 상법 하에서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대주주 뜻대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여당은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중 최소한 1명은 소액주주 뜻대로 선임할 수 있도록 3%룰을 도입했다.

그러나 3%룰은 현실에서 정반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법조계는 우려한다. 선진경영이 아닌 소액주주의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는 절대선'이라는 3%룰의 착각


소액주주는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는 주주와 관심이 없는 주주로 나뉜다.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는 주주라면 경영진에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3%룰은 그 지분 기준을 3%로 봤다. 상장회사의 경우 3% 지분의 평가금액은 최소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대형 자산운용사와 기관, 펀드다. 이 중에서도 삼성과 SK를 공격했던 엘리엇, 소버린 같은 해외 헤지펀드들이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의 행동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소통 활성화 등 선기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 점을 들면서 "기업들이 근거없는 엄살을 피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기능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의 본질은 '자기이익 극대화'라는 것이 재계와 학계의 지론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상사법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5년 미국 물류회사 XPO가 프랑스 회사 노어베르 덴트레상글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 끼어들어 인수가격 대비 20%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이 주식보유현황 허위보고, 조사 방해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 2000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후 프랑스 금융시장청은 헤지펀드의 행동주의가 회사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 상 중요한 순간에 개입해 회사 안정성을 해치고, 허위·오인가능한 정보를 유출해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헤지펀드들이 3%룰을 통해 국내기업 이사회에 직접 진입, 행동에 나선다면 경영혼란이 불가피하다.

기업경영 보다는 투자 수익이 중요한 소액주주, 흔히 말하는 '동학개미'들도 주가상승이 주된 투자의 목적이다. 경영 선진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든 없든 소액주주는 자기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3%룰이 선진경영을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히려 기업을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시켜 경영자원 낭비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펀드, 기관들의 소액주주 권리도 중요하지만, 과연 상법 상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소액주주들의 모습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소액주주들은 회사경영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보호를 하더라도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는 헤지펀드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법이)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지주사 하라"더니…3%룰로 '찬물'


개정 상법 3%룰은 정부가 대기업 그룹에 꾸준히 주문하고 있는 지주회사 제도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상법 3%룰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겸할 계열사 사외이사 선임에서 지주사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지주사가 가진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하려면 SK를 공격했던 소버린처럼 계열사를 새로 설립해 지분을 쪼개거나 순환출자구조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지배구조 단순화, 투명화라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가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지주회사들을 죄악시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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