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제임스씨' 정보석,이 동네의 완소 매력남!

박현민(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1.01.12 11:45

'오! 삼광빌랑'서 극과극 캐릭터 완벽 소화!

사진제공=KBS


1인 2역도 아닌데, 한 작품에서 두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KBS 2TV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극본 윤경아, 연출 홍성구)에 출연중인 배우 정보석에 대한 이야기다. 극중 까칠한 JH그룹 대표 우정후 역을 맡고 있는 그는, 사고로 기억을 잃는 설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인물 '제임스'로 거듭난 바 있다. 극중 제임스는 우정후와 정반대로 매사에 친절하고 성실하고 따스한 인물이다.


극중 짠돌이 성향에 늘 제멋대로인 폭군 우정후는 아내 정민재(진경)와 이혼으로 갈라선지 오래. 아들 우재희(이장우)와도 남남처럼 지내는 관계다. 그럼에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을 힐난하고 혀를 차는 독불장군 캐릭터였던 탓에 드라마 초반 그를 싫어했던 시청자도 상당했다. 현실이라면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꼰대 사장' 우정후는, 몹시도 미운 캐릭터였음에 분명하다.


그런 그가 지금은 답답한 일투성이가 된 '오! 삼광빌라!'를 따뜻하게 이끄는 인물로 거듭났다. 이는 기억을 잃었던 시점에 탄생(?)한 '부캐' 제임스 덕분이다. 귀여운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연신 해맑게 웃는 그를 극중 인물 대부분이 좋아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기억상실에 걸린 우정후의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길 바라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제임스를 지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국 기억을 되찾은 우정후가, 여전히 제임스로서의 성향을 스스로 간직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우정후가 제임스로 변화한 모습 역시 많은 것을 시사했다. '꼰대 우정후'의 정반대 지점에 대치한 것처럼 보였던 '상냥한 제임스'가, 사실은 그의 젊은 시절 그의 본모습이었다는 것.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던 과정에서 어느새 모두가 피하는 꼰대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따듯한 감성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배우 정보석이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사진제공=KBS




배우가 극과극 캐릭터를 소화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하지만 한 작품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청자가 해당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극 자체를 해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정후와 제임스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정보석 배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2010)부터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2019)까지 꾸준하게 다져진 코믹 연기, SBS '자이언트'(2010)나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2018) 등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완성된 냉혈한 연기가 이번 '오! 삼광빌라!'에서는 한 인물에 깊게 스며들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한 덕분에 그는 최근 '2020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 과정에서 화면에 등장한 'KBS 제1회 연기대상 신인상'(1987)을 수상한 모습은 그의 연기 인생이 얼마나 오랜 시간 숙성됐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최근 우정후는 진정한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방영된 '오! 삼광빌라'에서 재희와 맺어지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장서아(한보름)와 직접 술잔을 기울이며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진정성 있게 조언한 것. 이 모습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과도 맞닿아, 그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인 전처 정민재와의 관계 회복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변화된 트렌드에 공명하듯 자극적인 작품들이 넘쳐나고, 독특한 상황이나 사건을 차용한 만화 같은 드라마가 즐비한 요즘이다. 그런 시기에도 조금 진부할 수 있지만 따뜻한 감성을 버무리고 누군가와 부대끼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오! 삼광빌라!' 같은 작품도 필요한 것 아닐까. 무려 30여 년을 넘게 배우의 길을 꾸준하고 우직하게 걸어온 정보석은 그러한 작품에 누구보다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박현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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